대당 3천만원짜리 드론 막으려 60억원짜리 요격 미사일 동원
美국방부, 무기보충 74조원 추가예산 요청안 준비 중…백악관은 방산업계 압박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란 전쟁의 승패는 어느 쪽 무기가 먼저 바닥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전쟁이 이란 측이 보유한 드론·미사일 재고와, 이스라엘과 다른 주변 미국 우방국들까지 포함한 미국 측이 보유한 방공미사일 재고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 됐다는 전문가 분석을 3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개시된 지난달 28일 이래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10여개 주변국에 있는 약 2천㎞ 범위의 목표물들에 1천여회 폭격을 가했다.
이렇게 넓은 범위에 걸쳐 일어나는 무력 충돌은 중동지역에서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항공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 전역에 걸쳐 수백 곳을 타격했으며, 미군 전투기 3대가 아군 측인 쿠웨이트군의 오인사격으로 격추된 경우는 있으나 지금까지 적군 공격으로 손실된 이스라엘·미국 측 항공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창고, 인력 등을 공격 목표로 삼고 이란의 미사일 재고와 인프라를 가능한 한 많이 파괴하려 하고 있다.
이란은 페르시아만 주변 미국 우방국들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2천발 넘게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재고 실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신(新)미국안보센터'(CNAS)의 국방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테이시 페티존은 이번 전쟁이 "일제사격 경쟁"(salvo competition)의 성격을 띠게 됐다며 "물음은 누가 핵심 무기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란의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를 모른다는 게 큰 미지수"라고 가디언에 지적했다.
가디언은 최근 36시간 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 공격의 빈도가 줄었다면서 이것이 이란이 미사일을 아끼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장거리 무기 부족이나 지휘계통 난조 등으로 더 많이 발사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설명을 전했다.
이란 측 전략이 이스라엘 등 적국 시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전쟁 비용을 높임으로써 전쟁 피로감을 높이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공격을 방공망으로 막더라도 '100% 방어'는 불가능하며, 단 한 발의 미사일이라도 대학이나 병원이나 발전소 같은 핵심 시설에 떨어지면 피해가 엄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6월에 이란-이스라엘의 '12일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스라엘에서 방공미사일 재고가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관측도 있었다.
주변 국가들은 지금까지는 이란의 공격을 대체로 잘 막아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3일 자국 방향으로 발사된 이란의 탄도미사일 174발 중 161발을 파괴했으며 나머지는 바다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 드론 689대 중 645대를 요격했고, 이란의 순항미사일 8발을 파괴했으며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부수적 피해가 있었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이란 전투기 2대, 순항미사일 3발, 탄도미사일 101발 중 98발, 드론 39대 중 24대 등을 격추하는 등 이란 공격 대부분을 성공적으로 요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카타르, 아부다비,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 오만 등에서 미군 주둔 기지들과 민간 인프라가 이란의 공격을 받았고 UAE 두바이에서는 호텔들이 피해를 입었다.
쿠웨이트에서는 미국 대사관이 이란 드론의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
쿠웨이트와 카타르에서는 에너지 인프라가 손상됐고 키프로스에서는 영국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전쟁으로 페르시아만의 미국 우방국들이 보유한 방공미사일 재고가 1주일이면 바닥날 수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고 전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페이비언 호프만 오슬로대 연구원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을 첫 이틀 동안 막아내기 위해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동원한 만큼의 요격미사일 사용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아마도 (앞으로) 최대 이틀 정도가 고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전략·군사 분석가 켈리 그리코는 가디언에 "걸프 지역 (방공미사일) 재고 수준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상당량이 소모되고 있어 곧 무엇을 보호 대상으로 삼을지에 관한 어려운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측도 이런 점을 알고 있으며, 이란 측의 일제사격이 그다지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점이다. '천 곳에 상처를 내서 죽인다'는 것으로, 약한 쪽이 싸움에서 선호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페티존은 페르시아만 지역 미국 우방국들이 방공미사일이 바닥나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란 공격 작전을 중단하고 이란과 타협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설명했다.
그리코는 드론을 요격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드론 생산 비용의 5배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제 고성능 요격미사일의 재고는 매우 제한돼 있고 재고를 채우는 것도 오래 걸리며 우크라이나와 대만 등 다른 곳에서도 다량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당 제작비가 2만달러(2천960만원)에 불과한 드론을 격추하는 데에 400만달러(59억2천만원)짜리 요격 미사일을 써야 한다며, 이란이 값싼 무기들을 동원해 상대편 방공망 자원을 소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록히드마틴, 레이시언의 모회사 RTX 등 주요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오는 6일에 백악관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회의의 목적 중 하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방공미사일 등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도록 방위산업체들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티브 파인버그 미 국방부 부장관이 최근 무력 충돌로 소모된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500억달러(약 74조원) 규모의 추가예산 요청안을 작성 중이며, 이르면 6일 공개될 수 있다고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엄청난 양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의 무기 재고가 넉넉하다고 주장하고 이란 상대 공격 지속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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