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후보·공개 투표 방식으로 '형식적 선거'
선거일 2주 앞두고 공고…9차 당대회 결정사항 법제화 속도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북한이 오는 15일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한다.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대의원 선거를 통해 세대교체 등 북한의 권력 구조 개편이 가시화하기 때문에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꼽힌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제15기 대의원 선거를 3월 15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위한 중앙선거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통상 대의원 선거는 선거일 두 달 전 공고, 공고 후 10일 이내 중앙선거위원회 구성, 선거일 15일 전 선거인 명부 작성과 공시, 선거일 3일 전 후보 등록 완료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번 대의원 선거는 선거일을 2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공고돼 이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부적으로 후보자 추천 및 검증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속도전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고인민회의의 수장인 상임위원장도 교체될 전망이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번 9차 당대회를 통해 당 중앙위원에서 탈락해 자리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후임은 당 조직비서였던 조용원이 거론된다. 그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자리하면서도 당 고위직을 맡지 않아 상임위원장에 오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보통 5년마다 새로 구성된다. 이번 선거는 2019년 이후 7년 만에 진행되는 것으로, 김 위원장 집권 후 세 번째 선거다.
임기를 2년이나 지나 선거를 하는 것은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운영 주기를 맞추려는 조치로 보인다.
남한의 국회의원 격인 대의원에는 노동자와 과학자, 교육자, 농민 등 일반 주민들과 차관급 이상의 권부 인사, 각계 대표들이 망라된다.
북한은 1990년 제9기부터 대의원 수를 687명으로 유지해왔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정하고 있는 한국의 2배를 넘는 규모다.
선거는 만 17세 이상 주민들이 참여하며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들은 선거구마다 단독으로 등록한 후보에 찬반투표를 한다.
찬성자는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그대로 넣으면 되지만, 반대자는 후보 이름 위에 가로줄을 긋고 넣어야 하므로 사실상 공개투표 방식이어서 '형식적 선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에서 대의원이 된다는 것은 '권력 실세'라면 거쳐 가는 필수 코스와도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제13기 대의원 선거에서 제111호 백두산 선거구에 대의원 후보자로 나서 당선됐다.
하지만, 제14기 선거에서 정권 수립 70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빠졌다.
헌법 101조를 신설해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을 겸직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는데, 이런 파격적인 결정은 권력 분립 원칙을 따르는 정상 국가를 지향해 '독재국가' 이미지를 희석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김정은 3기' 대의원이 꾸려지는 대로 북한은 첫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열어 헌법 및 법률의 제·개정, 국무위원회 위원 등 주요 기관 직위자 임명·선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에는 14기 대의원 선거가 끝난 지 약 한 달 만에 첫 회의가 열렸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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