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권한자가 환경평가까지?" 생태·기후 파괴 고속도로 될 행정통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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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권한자가 환경평가까지?" 생태·기후 파괴 고속도로 될 행정통합법

프레시안 2026-03-04 11:0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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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속도전으로 추진하는 광역행정 통합 특별법을 두고 기후·환경운동 단체들의 우려가 팽배하다. 개발 권한과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 권한을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쥐어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지적이다. 개발사업의 40여 개 인·허가 절차를 생략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투자를 약속하는 등 독소조항도 적지 않다.

3일 현재 행정통합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논의를 띄운 지 석 달도 채 안 돼 첫 법안 공포를 앞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계획대로 추진될 시, 오는 7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

충남·대전 및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도 비슷한 시기 발의됐으나, 지역 내 강력한 반발 등을 이유로 지난 2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됐다.

지역에 특화된 일부 조항을 제외하면, 3개 행정통합 특별법의 골자는 유사하다. 통합특별시장의 개발사업 시행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개발지구 지정·건립 등에서 기존 법의 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각종 특례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이 중 기후·환경에 가장 악영향을 끼칠 조항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승인) 권한이 통합특별시장에게 주어진 내용이 꼽힌다. 개발사업이 어떤 환경영향을 끼칠지 심의해 사업을 허가하는 권한이다.

세 행정통합법 모두 환경영향평가법상 환경부 장관이나 지방환경청장이 가진 협의권을 통합특별시장에게 이양한다. 그런데 통합특별시장은 행정통합법상 개발사업자다. 지자체장에게 개발과 견제의 권한을 동시에 준 셈이다.

박은정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권한이 이양되면 책임도 주어져야 하는데, 책임은 삭제된 채 권한만 부여됐다"며 "환경영향평가법 등 기본법들은 국민의 환경권과 환경복지, 국토 환경 보전을 위해 제정됐다. 통합특별법은 이 입법 취지와 환경권을 규정한 헌법 제35조에 명백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통합특별시 특별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발 공룡' 특별통합시장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개발 지향적 지방정부가 환경 보전 권한을 받는 이중적·모순적 지위를 갖는 상황은 개발우선주의적 성향을 강화할 것"이라며 제주도를 선례로 들었다. 제주도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으로 시작해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하며 지금까지 30여 년간 특별법을 유지해 왔다.

흔히 알려진 사례는 골프장 개발 갈등이다. 제주도에선 지역 생태 파괴, 지하수 오염, 생활권 침해 등 문제로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운동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골프장은 2006년 18개로 늘었고, 2026년 기준 40개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환경영향평가로 이를 견제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골프장 개발을 추진하는 도지사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도 구성한다"며 "15명 중 3명이 환경단체 추천 몫이다. 심의위에서 의견 개진은 할 수 있지만, 다수결로 결정하면 막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주도엔 제주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 결과에 부동의할 수 있는 최소 견제 장치가 있다. 개발사업을 강행하는 지방정부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까지 구성해도, 마지막으로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는 3개 통합 행정법엔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실효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지역 환경단체들의 평가다. 제주도의회가 부동의 권한을 처음 발동한 때는 2020년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이다. 2002년 이 조항이 처음 만들어진 지 18년 후다.

김 연구위원은 "그나마 제주도에선 도의회가 최소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사업은 그냥 통과되는 실정"이라며 "특정 정당이 지배적 권력을 행사하는 영호남 지역은 도의회의 견제 장치가 있더라도, 정치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개발 강행을 제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4년 강원도 홍천군 의 한 골프장 건설 풍경.(자료사진) ⓒ함께사는길

'개발' 마술봉… 산림 훼손 뻔해

대규모 산림·녹지 훼손은 또 다른 문제다. 이는 충남·대전 행정통합법안에서 두드러진다. 법안은 도립·군립 자연공원을 해체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합특별시장에게 부여했다.

백두대간 보호법 등 산림보호 규제가 있어도 통합특별시장이 지정한 산림이용진흥지구에선 개발 행위가 가능하게 한 조항도 있다. 이곳에서 민간사업자가 탐방로, 모노레일, 케이블카, 삭도 등을 건설할 수 있도록 특례 조항도 만들었다.

이이자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정책팀장은 이번 법안이 "백두대간에 케이블카를 놓고 산림을 파괴하려는 행정적 사기극이며, 국토 생태 축의 완전한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 내 개발사업이 통상 거쳐야 할 각종 인허가 절차는 대부분 생략된다. 충남·대전 행정 행정통합법안을 검토한 충남·대전 녹색당은 "통합특별도시 기본계획에 따라서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통합특별시장이 승인하거나 의견을 준 경우 44개 법률의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면서, 이미 시민의 안전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대거 무력화했다"고 지난 9일 성명에서 지적했다.

개발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명문화됐다. 통합특별시장의 판단에 따라 기업은 △지방세 감면 △개발부담금 △농지보전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생태계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감면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충남·대전 녹색당은 "특별시장은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투자자가 원하는 지역'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며 "용지 매입비 융자, 토지 임대료 감면, 사업자금 지원, 고용보조금 등 지원 등 특혜가 지원된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핵발전 특구'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안엔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원자력 발전 클러스터 조성에 관한 각종 특례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

SMR은 아직 상업성과 안정성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신기루를 좇는 시대착오적 집착에 불과하다"며 "상용화까지 수많은 기술적 난관이 남아 있으며, 단위 출력당 건설비와 핵폐기물 처리 비용도 높아 경제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술에 막대한 국가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탄소중립 기술'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명백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 법은 전기 사용자의 전기 직거래 길도 열어놨다. 전기사업에 관한 특례(제249조)엔 '원자력 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은 전기사업법 유관 조항을 따르지 않고 전기 사업자가 직접 전기를 살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지금은 한국전력이 가격이 다양한 전기를 다양한 발전소로부터 일괄 구매해 전기요금을 책정하고, 전기 사용자의 직접 거래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이 정책위원은 "이 조항은 전력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대기업 중심의 에너지 독점 구조를 강화할 우려가 크다"며 "특히 포스코 등 특정 기업에 국가의 지원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핵발전 전력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핵산업계와의 유착 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의심했다.

"환경영향평가 기구 분리 독립이 당장의 대안"

김 연구위원은 향후 대안으로 "개발 권한을 지역에 이양할 거면, 환경 보전 권한은 중앙이 가져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또한 에너지 개발과 환경 보전을 동시에 맡고 있는 구조"라며 "아예 환경영향평가를 분리 독립해, 별도의 합의제 행정기관 형태인 '환경영향평가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수도권 외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이 '특별법'을 가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럴 거면 기존의 일반법에 전국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조항을 골고루 반영하고, 해당 지역의 특성만 별도 제도로 반영하는 게 맞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1일 전남·광주 행정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김 연구위원은 "300개 넘는 조항을 가진 법안이 검토할 시간도 없이 바로 처리됐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기후·환경 측면의 독소조항은 너무 많다"며 "앞으로 시행령과 조례 제정 절차도 남아있는데, 이를 면밀하게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통합특별시 특별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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