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과 온탕’ 오가는 환상의 믹스매치에서 도시적인 올 블랙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이번엔 무대를 설원으로 옮겨 제대로 된 ‘겨울 맛’을 선사한다. 거친 가죽 재킷 대신 선택한 건 부드러운 샌드와 아이보리가 섞인 배색 보드복이다. 자칫 부해 보일 수 있는 기능성 의류를 한재인은 특유의 모델 포스로 소화하며, 야간 스키장의 조명조차 화보용 반사판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부렸다.
"김낙엽 탈출!" 낙엽만 쓸기엔 아까운 비주얼
초보 보더의 상징인 ‘낙엽 쓸기’에서 벗어났다는 그녀의 유쾌한 선언만큼이나 룩 또한 경쾌하다. 채도가 낮은 베이지 톤의 상하의 셋업은 눈부신 설원 위에서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양갈래로 땋아 내린 헤어스타일은 헬멧 아래로 살짝 비치며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스포츠 웨어에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을 더하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장비가 곧 액세서리, 투박함마저 멋으로 승화하다
보딩의 완성은 결국 장비빨이라 했던가. 큼지막한 고글과 묵직한 보드 부츠를 착용한 모습에서 ‘기능’과 ‘스타일’ 사이의 절묘한 타협점이 보인다. 화이트 헬멧과 블랙 고글의 대비는 얼굴 라인을 더욱 작아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 효과를 주며, 레드 컬러가 가미된 스노보드 데크는 무채색 위주의 착장에 강렬한 방점을 찍는다.
슬로프 위의 휴식마저 한 폭의 그림처럼
잠시 설원 위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모습조차 계산된 연출처럼 느껴지는 건 한재인이 가진 피사체로서의 힘이다. 루즈한 핏의 보드 팬츠는 활동성을 보장하면서도 스트릿한 감성을 놓치지 않았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도 잃지 않는 은은한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야간 스키장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묘한 설득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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