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2026’ 전시장은 단연 인공지능(AI)으로 도배됐다. 이제 글로벌 ICT 기업들은 ‘연결’이라는 도구를 넘어 ‘지능’이라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6G-인공지능(AI)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중동 기반 부스는 텅비어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 중동 공습에 멈춘 ‘소버린 AI’의 꿈… 텅 빈 부스가 확인시킨 리스크
이번 MWC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중동 기반 ICT 기업들의 대거 불참이었다. 지난 주말 발생한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공습 여파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이 영공이 전면 폐쇄되면서, PITS(PIT Solutions), REDIT, Gateway, Altaiq Systems& projects 등 핵심 중동 기반 기업들의 현장 참여가 무산됐다.
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글로벌 GPU 서버와 AI 모델을 자국에 구축한 독자적 인프라를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Altaiq와 redIT가 준비한 첨단 냉각 시스템과 보안 인프라 시연 부스는 관람객 없이 텅 빈 채 남겨졌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정치적 리스크를 실감하게 했다”며 “역설적으로 데이터와 기술 통제권을 직접 쥐려는 ‘소버린 AI(AI 주권)’ 확보의 필요성을 가장 비극적으로 증명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 통신사들의 전략 대결: ‘주권(Sovereignty)’ vs ‘연결(Connected)’
중동 기업들이 하늘길에 막혀 발을 구르는 사이, 미국 빅테크와 통신사들은 지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돌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 T-모바일(T-Mobile)은 부스 전면에 ‘AI Sovereignty(AI 주권)’를 대대적으로 내걸었다. 단순히 AI를 도구로 쓰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와 모델의 통제권을 국가와 기업이 직접 쥐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반면 AT&T는 ‘Connected AI’를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전 세계 어디서나 끊김 없는 지능형 인프라를 통해 기술 패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망만 제공하는 ‘덤 파이프(Dumb Pipe)’를 탈피해 모든 연결 지점에 지능을 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포스트 스마트폰 전쟁… ‘보는 AI’와 ‘하늘 위의 지능’
디바이스 영역에서는 ‘앱 중심 시대’의 종말이 예고됐다. 중국 알리바바의 큐원(Qwen)은 자사의 오픈소스 LLM을 탑재한 차세대 AI 글래스를 선보였다.
특히 메타(Meta) 부스 앞은 차세대 ‘오큘러스(퀘스트)’ 시리즈와 레이밴 협업 스마트 글래스를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스 내부로 진입하기 위한 줄이 전시장 복도까지 길게 늘어섰고, 그 주변은 국내외 기업 관계자들의 비즈니스 미팅으로 활기가 넘쳤다.
공간의 한계도 사라지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는 위성 통신 기반 실시간 AI 전송 기술을 시연하며 오지에서도 AI 에이전트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제시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시에라(Sierra)는 통신사 인프라와 결합된 자율형 에이전트 솔루션을 통해 상담부터 구매까지 AI가 전담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의 실체를 보여줬다.
■ 2029년 6G 상용화… “AI는 새로운 UI가 될 것”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 모든 혼전의 종착역으로 ‘2029년 6G 상용화’를 제시했다. 아몬 회장은 “AI는 새로운 UI이며, 이를 위해 6G는 필수”라고 강조하며, 6G가 단순한 통신망이 아닌 AI 주권을 지탱하는 ‘컴퓨팅 인프라’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현장에서 만난 글로벌 통신사 관계자는 “과거 MWC가 누가 더 빠른 망을 가졌느냐를 겨뤘다면, 이제는 누가 더 똑똑한 주권 AI를 연결하느냐의 싸움이 됐다”며 “중동 기업들이 보여준 물리적 단절의 공포와 빅테크들이 내세운 기술 주권의 욕망이 2026년 MWC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터키 최대 통신사 터크셀(Turkcell)의 알리 타하 코치 CEO도 기조 연설에서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떤 규칙의 지배를 받는지가 곧 디지털 국경”이라며, AI 엔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기술 주권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