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시간들'이 극장 위기론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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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시간들'이 극장 위기론을 대하는 자세

엘르 2026-03-04 00:36:21 신고

한국의 '극장 위기론'은 사실 그리 새로운 화제는 아닙니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사업 확장으로 단관극장이나 예술영화관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지만 이를 극장이라는 공간 전체의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 쇼크와 그로부터 파생된 연쇄 작용이 관객 감소 현상의 주 요인이라는 건 이미 정설입니다. 영화를 포함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더 간단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방법이 정착된지도 오래입니다. 그래서 극장의 위기가 영화로 전염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하고요.


영화 〈극장의 시간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세 명의 감독이 만든 세 단편을 엮은 영화 〈극장의 시간들〉은 이러한 영화와 극장 밖의 문제들을 완벽히 배제합니다. 영화-극장이라는 오랜 공생 관계, 또 이 관계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만 집중합니다. 제목 그대로 영화 안에서 흐르는 건 '극장의 시간들' 뿐입니다.


먼저 이종필 감독의 〈침팬지〉는 2000년 광화문에서 만난 세 명의 젊은 영화광의 이야기로 영화가 선사하는 환상과 이를 증폭하는 극장의 힘을 역설합니다. 주인공 고도 역을 원슈타인과 김대명이 맡고, 친구로 이수경과 홍사빈이 나옵니다.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는 어린이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 감독의 모습을 그리며 그 과정의 순수한 재미를 강조합니다. 장건재 감독의 〈극장의 시간〉은 우연히 마주친 두 명의 50대 동창생이 극장에서 따로 또 같이 만든 추억들을 비춥니다. 동시에 영화와 극장의 뒤편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쏘고요. 이로써 수많은 사람의 기억과 시간이 얽힌 극장이라는 공간의 유기성이 더 잘 보이게 됩니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영화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의 개관 25주년 기념 작품입니다. 해당 극장을 배경으로 하지만 씨네큐브의 홍보용 필름은 아닙니다. 언급했듯 '어른들의 사정'은 떼어 놓고 오로지 영화와 극장만 바라봅니다. 특히 관객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는 공간으로서의 극장이 개인의 삶에 여전히 입체적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에 목소리를 높여요.


3일, 〈극장의 시간들〉 기자간담회가 씨네큐브에서 열렸습니다. 세 명의 감독과 김대명, 원슈타인, 이수경, 홍사빈, 고아성, 장혜진, 김연교 등이 자리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침팬지〉로 첫 영화에 도전한 원슈타인이 눈에 띄는데요. 김대명과 닮아서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게 됐다는 원슈타인은 "이야기 속 인물이 겪는 것들이 이해가 잘 안가면서도, 내가 경험한 것과 비슷해 끌렸다"며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느낄 만큼 즐거웠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습니다. 연기를 계속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뭐든지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헀습니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자연스럽게〉의 고아성은 이날 함께 한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 모두와 협업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고아성은 "이 자리가 제게는 '세계관 붕괴'처럼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어요. 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이후 마음이 공허해졌을 때 이종필 감독에게 전화를 했는데, 마침 〈극장의 시간들〉을 촬영 중이었다는 일화를 전했습니다. 당시 감독은 현장에 일손을 도우러 가겠다는 고아성을 만류했고, 그날 공교롭게도 윤가은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자연스럽게〉의 주인공을 맡기로 했다네요.


영화 〈극장의 시간들〉

영화 〈극장의 시간들〉


극장이 주인공인 영화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극장 위기론'에 대한 언급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세 명의 감독이 각자의 언어로 전한 의견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것이 있었는데요. 최근의 위기론이 다소 과도하게, 일상적으로 제기된다는 인식입니다. 더불어 이들은 늘 다양한 형태로 영화계에 닥쳤던 위기를 항상 극복해 왔다는 희망마저 갖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이종필 감독은 "위기는 계속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주변 국가의 영화 시장을 보면 정말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인 것 같다"며 "그럼에도 한국은 '위기'를 말하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 의식과 함께 희망을 향해 계속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윤가은 감독도 이에 동의하며 "영화와 관련한 모든 자원이 풍부하게 갖춰지고 모두가 영화를 사랑하는 때가 온다 해도 그 시점이 오히려 위기일 수도 있다"며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 팬으로서 요즘 '영화가 귀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어요. 장건재 감독은 "위기를 말하는 자 누구인가, 그가 범인이다"라고 짧은 생각을 털어놨습니다. 〈극장의 시간들〉은 18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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