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구 적응.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변수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인 WBC에서는 MLB 공인구가 사용된다.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 롤링스가 제작한 이 공은 국산 업체 스카이라인스포츠가 만든 KBO리그 공인구와 무게·둘레 등이 다르다. 특히 솔기(실밥) 높이가 낮아 커브나 슬라이더처럼 투구 시 솔기를 강하게 채야 하는 구종은 구사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손끝 감각이 예민한 투수들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13 WBC 야구대표팀 멤버이자 투수 출신인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마다 구종에 따라 (체감 차이가) 다를 수 있다. 포크볼을 던졌던 난 공(WBC 공인구)이 확실히 크게 느껴졌고, 손가락에 잘 잡히지 않았다"며 "여기에 실밥이 도드라지지 않아 변화구 던지는 감각이 선수마다 달랐다"고 돌아봤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워 던지는 만큼 공의 크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MLB 공인구는 표면이 다소 미끄럽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진흙을 발라 이를 보완하기도 한다. 2023 WBC에 출전한 왼손 투수 구창모는 "(WBC 공인구는) 솔기가 두꺼운데 튀어나오지 않아서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며 "솔기도 미끄러워 공이 손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6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 15명 중 롤링스 공이 익숙한 건 MLB 출신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한국계 현역 빅리거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뿐이다. 줄곧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트리플A)을 포함하더라도 수가 많지 않다.
게다가 WBC에서는 KBO리그보다 피치클록이 더욱 타이트하게 운영된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적응한 '로봇 심판(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아닌 인간 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하기 때문에, 공인구 문제까지 겹치면 투수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심혈을 기울였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평가전(K-베이스볼 시리즈) 합숙 훈련 때부터 WBC 공인구로 연습과 경기를 진행했다.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에게도 최소 한 타(12개) 이상씩 개별 지급해 적응력 향상에 힘썼다"며 "지난 1월 WBC 대비 사이판 훈련, 2월 오키나와 훈련에서도 WBC 공인구로 감각을 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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