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6만3000달러대까지 폭락하며 '디지털 금'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지정학적 위기가 터질 때마다 금값은 치솟는 반면 비트코인은 반대로 추락하는 엇갈린 행보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3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전 9시 32분 기준, 비트코인(BTC)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습 보도가 나오기 직전까지 6만8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후 작전 개시 소식이 퍼지자 1시간도 채 안 돼 4% 이상 빠졌고 장중 최저 6만3038달러까지 밀렸다. 연초 대비 낙폭은 약 21% 에 달하며 2018년 이후 최악의 1분기 실적을 향해 치닫았다.
◆ 공습 45분, 시총 185조 증발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에서 약 1280억달러(약 185조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약 15만7000명의 트레이더가 청산됐고 전체 청산 규모는 6억5700만달러에 달했다. 선물시장에서는 약 5억달러 규모의 롱(매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며 낙폭을 더 키웠다. 이더리움(ETH) 역시 공습 여파로 2000달러대에서 1835달러까지 밀리며 약 6.7% 하락했다. 중동 리스크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맞물려 국제 유가를 자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쳐 가상자산 투자 매력도를 끌어내렸다.
같은 날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에서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352달러까지 치솟으며 직전 정규장 종가(5247달러) 대비 약 2% 올랐다. 은 역시 90달러대 중반까지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들어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충격을 받았다"며 "금·은 등 전통 안전자산의 반등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란·베네수엘라·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할 때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팔고 금·은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아닌 기술주와 동기화된 위험자산이라는 증거도 수치로 나타났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나스닥 지수 간 상관관계는 지난달 3일 이후 마이너스(-) 0.68에서 플러스(+) 0.72로 뒤바뀌며 기술주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드러냈다.
자본시장 전문매체 딜사이트는 "이번 군사작전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즉각적인 패닉 셀이 불러일으켜졌다"며 "비트코인이 안전자산보다는 나스닥 등 기술주와 동기화된 위험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충돌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24시간 만에 V자 반등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빠르게 반등했다. 트레이딩뷰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공습 다음 날 초반 약 6만8200달러에 도달하며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5000달러 하락폭을 전량 만회했다. 시장 논평가 애쉬 크립토는 "이번 상승은 갈등이 장기전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가격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6만8000달러대 안팎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나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3일 기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군사 작전 기간을 "약 4주"로 제시하면서 시장 긴장감은 더 짙어졌다. 또 다른 외신은 "트럼프가 직접 4주를 꺼내든 이상 시장은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시간표부터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월가 전략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바클레이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테스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전통 자산이 장기전 모드로 들어가면 변동성이 큰 코인 시장에서 레버리지 포지션이 더 빠르게 정리되는 경향이 있다"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은 당분간 상방보다 하방 리스크를 의식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향후 방향성을 이란의 보복 수위와 국제 유가 흐름, 그리고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출입에서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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