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판교 직장인 다 모였다…영동시장이 '퇴근 아지트'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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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판교 직장인 다 모였다…영동시장이 '퇴근 아지트' 된 이유

르데스크 2026-03-03 11:40: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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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 전통시장인 영동시장이 논현역·신논현역 인근 직장인들의 '퇴근 후 한 잔'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이라는 공간 특성상 밀집도와 접근성, 골목마다 다른 콘셉트의 술집·맛집이 결합하면서 '퇴근 후 모이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콜키지가 가능한 업장이 많아 취향에 맞는 술을 직접 들고 가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시장 내부와 주변에 자리한 보틀숍·리큐르숍까지 동반 활성화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낮에는 장보는 공간, 밤에는 직장인들의 아지트로 변하는 모습이다.

 

SNS 확산 타고 야간 상권 재편…골목마다 다른 콘셉트가 승부수


▲ 영동시장 sns 해시태그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영동시장은 7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논현역과 9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신논현역 사이에 자리한 시장이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를 지나는 지하철 노선과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 같은 입지 덕분에 금요일 저녁이면 여의도·판교·강남·가산디지털단지 등지에서 근무를 마친 직장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퇴근 후 아지트'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다양한 노선을 통한 편리한 이동은 약속 장소로서의 부담을 낮추고 2차·3차로 이어지는 모임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군포, 의정부 등 경기도 곳곳으로 향하는 광역버스도 가득해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기에도 부담 없다는 평가다.


영동시장을 찾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30대 직장인부터 최소 10년 이상 근무한 40·50대 직장인들까지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다. 퇴근 시간대가 되면 캐주얼한 차림의 젊은 직장인과 넥타이를 맨 중장년 직장인이 같은 골목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분위기 속에서 영동시장은 직장인들의 공통된 '퇴근 후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영동시장은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서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진은 퇴근 시간대에 영동시장의 모습. ⓒ르데스크

 

판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예림 씨(28·여)는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논현역, 강남역 인근에서 일하다 보니 평일 약속은 자연스럽게 논현역 쪽으로 잡게 된다"며 "처음에는 논현역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의 퇴근 시간이 불규칙해 이곳에서 만나기 시작했지만 몇 번 오다 보니 먹을 곳도 다양하고 개성 있는 술집도 많아 일부러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선택 폭이 넓어 그날 분위기에 맞춰 장소를 고를 수 있는 점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기는 SNS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인스타그램에서 '#영동시장술집'을 검색하면 1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노출되며, '#영동시장바'는 500건 이상, '#영동시장칵테일'은 100건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게시물에는 매장 외관과 대표 메뉴, 분위기를 담은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며 자연스럽게 상권의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있다. 방문 후기와 추천 글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핫플레이스'로서의 자리잡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대다수 매장이 저녁 시간대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는 점도 특징이다. 그간 점심 식사를 위해 영동시장을 찾았던 인근 직장인들 역시 퇴근 이후 다시 시장을 찾으며 방문 시간대가 저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저녁 시간대에는 전구를 밝히면서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인삼 칵테일 마시고 보틀숍 투어까지…영동시장 골목 속 '이색 공간' 


▲ 영동시장 내 이색 술집 분포 모습.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영동시장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노포 분위기의 식당부터 개성 강한 이색 콘셉트 매장, 손님 접대에 적합한 공간, 콜키지가 가능한 업장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점과 식당이 밀집해 있다. 이에 골목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게들이 자리해 있어 방문 목적과 동행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특징이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영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 저녁이 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퇴근길 직장인과 모임을 약속한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골목마다 대기 줄이 생기고 대부분의 매장이 만석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요일에는 상당수 점포가 휴무에 들어가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면서 주말 초반의 활기와는 대비되는 한적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시장 초입에는 1930년대 홍콩 분위기를 재현한 홍콩식 술집, 저렴한 맥주와 안주로 유명한 맥주집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술집이 가득하지만 시장 내부로 조금만 들어가면 건강원, 혼술바 등 특이한 콘셉트의 술집을 찾아볼 수 있다.


▲ 영동시장 내에는 다양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매장들이 많다. 사진은 영동시장에서 판매하는 재료들을 활용해 이색 칵테일을 제조해 판매하는 매장의 모습. ⓒ르데스크

 

SNS에서 '#영동시장술집'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 중 하나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활용해 칵테일을 선보이는 이색 칵테일 바다. 상호에 '건강원'이 포함돼 있어 한약을 달이는 탕제원을 떠올리기 쉽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부는 개성 넘치는 주류와 바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전통적인 이미지와 현대적인 칵테일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TV에도 여러 번 소개된 이곳은 지난 20년간 노부부가 운영하던 건강원을 인수해 재해석한 매장으로 시장의 정체성을 살린 칵테일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인삼 엘릭서', '도라지 크림', '깻잎', '두부된장찌개', '초근목피', '쌍화', '청양고추 마가리타', '들기름' 등 이름만으로는 맛을 짐작하기 어려운 메뉴들이 시그니처로 판매된다. 건강원 콘셉트에 맞게 헛개수가 가장 먼저 제공되고, 오색 고구마 칩이 기본 안주로 나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또 다른 인기 검색 맛집으로는 키조개와 차돌박이, 묵은지를 곁들인 삼합을 선보이는 식당이 꼽힌다. 두툼한 키조개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차돌박이, 깊은 맛의 묵은지가 어우러진 메뉴로 입소문을 타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과거 매장 앞 칠판에 이름을 적어 대기해야 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격 줄서기 서비스를 도입해 방문 전 미리 대기 등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날씨가 따듯해지자 바로 매장 밖으로 의자와 테이블을 내놓고 '야장' 형태로도 운영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거리의 분위기를 느끼며 식사와 소주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 영동시장에는 최근 원격 줄서기 서비스를 도입해 손님들의 편의를 높인 매장도 있다. 야장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영동시장 내에는 콜키지가 가능한 곳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시장 주변에는 위스키를 판매하는 보틀샵들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고량주, 일본식 사케, 맥주, 위스키 등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도 시장 인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또 다른 보틀숍은 논현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도로 안쪽에 위치해 있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구조지만 매장 앞을 장식한 빈 병 인테리어 덕분에 주류 전문점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매장 내부에는 와인과 데킬라, 위스키, 사케 등 여러 종류의 주류가 진열돼 있으며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성돼 있다는 평가다. 일부 제품은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만 특가 할인 판매가 이뤄지면서 강남에서 근무하는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곳으로 통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매장 한편에는 시음 공간이 마련돼 있어 위스키의 풍미가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도 부담 없이 맛을 본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영동시장 인근 주민 최현상 씨(39·남)는 "이번 삼일절 연휴에 지인들이 집에 놀러오기로 해 와인을 한 병 구매했다"며 "여러 병을 사도 부담이 적은 가격대의 술부터 한 번쯤은 마셔보고 싶었던 프리미엄 주류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자주 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잘 모르는 술은 한 잔 시음해볼 수 있고 사장님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줘 만족도가 높다"며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만 진행되는 할인 행사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할인 폭이 커 종종 방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콜키지가 가능한 매장에 갈 때면 이곳에 들러 한 병 구매해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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