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6% 내린 6165.15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며 6100선을 내줬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라는 지정학적 폭풍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와 유가 폭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변동성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과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6% 내린 6165.15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며 6100선을 내줬다. 중동 지역의 전면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60원선을 돌파하며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460원대 중반까지 치솟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1998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며 투매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 우려가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를 촉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5101억원, 6811억원 규모의 '사자'에 나서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내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 악재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의 깊이를 두고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번 이란 공습이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은 단발성 요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이벤트 발생 후 주말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 후 반등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는 1일 하락 후 2일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2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가 장 초반 위험회피 심리를 반영하기도 했지만 장 후반부로 갈수록 매수세가 유입되며 진정되는 양상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2일 개장한 미국 금융시장도 주가 하락과 금리·달러·유가 상승 등 지정학 이벤트를 피해 가지 못했지만, 장 후반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됐던 만큼 3일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고 덧붙였다.
과거 1982년 포클랜드 전쟁부터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까지 16차례의 주요 지정학적 위기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당시 S&P 500 지수는 이벤트 발생 1개월 후 평균 1.1% 하락했으나 6개월 뒤엔 9.2%, 1년 뒤엔 13.5% 상승하며 예외 없는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과거 1~4차 중동 전쟁 당시에도 주식시장은 초기 하락 후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며 "과거 학습 효과에 각국 정부의 대응 능력, 산유국 증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지정학적 사태가 증시의 추세 전환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거시경제적 후폭풍에 무게를 둔 신중론도 있다.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은 "이미 코스피의 상대강도지수(RSI)가 80 수준에 육박하며 기술적 과열권에 진입한 상태에서 이번 사태가 가파른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점이 최대 변수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4.21달러(6.28%) 상승한 배럴당 71.23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역시 80달러선에 근접했다.
현대차증권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원자재 시장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연준(Fed)의 금리 인하 경로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업종별 차별화는 뚜렷하다. 지정학적 위기가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지는 방산, 조선, 정유주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방산주가 폭등세를 기록 중이며, 유가 급등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정유주 역시 동반 급등하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의 실질적 봉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원유와 석유제품은 물론 가스, 비료, 석유화학 섹터 전반의 대규모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 단기 가격 급등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에너지 가격 급등을 헷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유와 석유화학, 가스 등 관련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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