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 사람 의식을 로봇 동물에 담는 픽사판 '아바타'
내털리 포트먼 제작 '아르코'…무지개 망토 입은 소년의 미래 SF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그림을 통해 표현하는 애니메이션은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실사 영화보다 더 넓은 상상력을 실현하게 한다.
이런 특성에 충실한 애니메이션 두 편이 연이어 관객을 만난다. 두 편의 영화는 신선한 설정과 이야기로 관객을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안내한다.
◇ '호퍼스', 사람 의식을 로봇에 담는 픽사판 '아바타'
오는 4일 개봉하는 '호퍼스'는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로, 사람의 의식을 로봇에 담는 가상의 기술 '호핑'을 소재로 했다.
비버턴시에 사는 메이블은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다. 할머니 집 근처에 있는 연못은 메이블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소중한 장소다. 하지만 연못은 비버턴시의 제리 시장이 추진하는 고속도로 건설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다.
연못을 살리기 위해 궁리하던 메이블은 어느 날 우연히 샘 박사가 개발하던 호핑 기술을 목격한다. 그는 이를 활용해 비버 모습을 한 로봇으로 분하게 되고, 동물의 세계에 들어선다.
영화 '아바타'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호핑 설정은 관객을 동물 세계로 안내한다. 포유류, 곤충, 양서류, 파충류 등의 동물들은 인간과 다른 언어를 쓰며 소통하고, 법을 만들어 공존한다. 영화는 이들의 세계를 유머러스하고 밝은 톤으로 풀어낸다. 인간과 동물의 언어 차이에서 오는 상황과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은 웃음과 미소를 자아내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스릴감을 전한다.
영화는 메이블의 모험을 통해 공존의 메시지도 전달한다. 동물은 선, 인간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공존을 원하는 존재와 그렇지 않은 존재로 선악을 나눠 같이 사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선명히 드러낸다. 인간이 어느 선까지 자연 생태계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도 환기한다.
메이블 역의 파이퍼 커다를 비롯해 메릴 스트리프, 존 햄, 바비 모니한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위 베어 베어스'를 만든 다니엘 총이 메가폰을 잡았다.
◇ 무지개 망토 입고 나는 소년…SF '아르코'
오는 11일 개봉하는 '아르코'는 무지개 망토를 입고 나는 소년 아르코의 모험을 그린 SF 영화다.
아르코는 하늘 위에 떠 있는 마을에 살아가는 소년이다. 그도 아빠, 엄마, 누나처럼 무지개 망토를 입고 날고 싶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코는 누나의 망토를 훔쳐 입고 하늘을 날고, 그러다 우연히 소녀 아이리스가 사는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
영화는 주요 설정을 하나씩 풀어놓는 식으로 서사를 전개해 관객의 흥미를 붙들어둔다. 아르코가 원래 살던 곳과 무지개 망토의 비밀, 아르코와 아이리스를 쫓아다니는 삼 형제의 정체 등은 서서히 드러나며 이야기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채워 넣는다. 결말에 이르러 완성된 서사는 반전의 재미를 준다.
영화가 그린 근미래 풍경도 흥미롭다. 2075년 아이리스와 동생은 보모 로봇 미키의 돌봄을 받고 멀리 떨어진 부모와는 홀로그램으로 통화하며, 과학 수업은 증강현실(AR) 공간에서 진행해 우주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편리하고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풍과 산불 등 끊임없는 재난이 닥쳐 인류를 위협한다. 영화는 이런 상황 속에서 아르코와 아이리스의 성장을 그리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출과 각본은 '프랑스의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우고 비엔베누 감독이 맡았다.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지브리를 연상하게 하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감성과 그림체가 담겼다. 비엔베누 감독의 비전에 공감한 할리우드 배우 내털리 포트먼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영화는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꼽히는 제49회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안시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사운드트랙상을, 올해 프랑스 대표 영화상 제51회 세자르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각각 받았다. 이달 열리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함께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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