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실효성에 의구심을 주는 '셀프 징계'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전훈지(대만 타이난)에서 불법 오락실에 출입해 물의를 일으킨 소속 선수 나승엽·고승민·김동혁·김세민과 관련한 자체 징계 내용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상벌위)의 제재 결과를 존중하며 이를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다. 선수 개인 일탈에 의해 발생한 사안이지만, 구단과 전훈지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책임을 통감하며 이에 따라 이강훈 대표이사, 박준혁 단장에게 중징계, 담당 프런트 매니저들에게도 징계 처분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나승엽·고승민·김동혁·김세민은 지난달 23일 KBO 상벌위로부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2025년부터 총 3회에 걸쳐 해당 오락실을 방문한 김동혁은 50경기, 올해 한 번씩 찾은 다른 3명은 30경기를 받았다.
롯데는 CCTV 영상이 유포돼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13일 네 선수를 귀국 조치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라며 '이중 징계'를 예고했다.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서 망신을 당하며 야구팬 공분을 일으킨 점, 야구단 모기업(롯데그룹)이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한 스노보드 선수들을 지원해 박수를 받고 있었던 시점이라는 점 등 여러 요인이 그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KBO 상벌위 징계 내용이 발표된 뒤 야구팬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해당 선수들에 대한 추가 징계를 하지 않아 다시 비난받고 있다.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NC 다이노스는 소속 선수 4명이 원정 숙소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해 물의를 일으킨 뒤 대표이사와 단장이 물러났다. 일본 프로야구(NPB) 대표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2015·2016년 두 차례 소속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파문을 일으키자, 구단 수뇌부가 대거 물러난 바 있다.
대표이사나 단장이 선수 일탈·비위 행위에 연대 책임을 지는 건 드문 일이다. 롯데가 이번 논란을 가볍게 보지 않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대표이사·단장의 징계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외부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결국 성적을 위해 주축 선수들을 보호하려 했다는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재발 방지를 장담할 수 있는 조처로 보기도 어렵다. 한 달 내내 야구계를 뒤흔들 만큼 물의를 일으켜도, 30~50경기 출장 정지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 생길 수 있다.
도박 관련 문제로 선수 생활을 접은 전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안지만은 지난달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영상 채널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수준의 징계가 필요하지만,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지만도 롯데 4인방이 1년 이상의 출장 정지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본 것.
하지만 롯데는 비웃음을 살 수 있는 경징계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 만약 경찰 조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게 드러나면 KBO도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다. 그러면 연대 책임 조처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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