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이란 리더십의 조기 정착 여부, 외교 노선에 중동 역학 변화
이스라엘 '1극 체제' 재편 가능성 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은 이란의 총력 반격으로 중동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은 지난해 6월에도 있었지만 이번엔 특히 이란의 절대권력자이자 중동 반미 진영의 지주격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는 비교할 수 없다.
이란의 반격 범위와 강도도 전례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6월엔 이스라엘과 카타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이었고 그나마도 미군 기지는 상대국에 공격을 예고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란의 대응은 이스라엘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이라크 등 사실상 중동 전역에 달한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체제 전복을 목표로 했다고 판단, 사후 여파를 고려할 여유 없이 눈앞의 생존을 걸고 최고 수위의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군사 충돌이 '5차 중동전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간 4차례의 전쟁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민족주의 아랍국가 일부와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엔 당사국이 미국·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대부분이 당사자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동을 시아·수니파, 친미·반미 진영의 대결구도로 나누고 세속주의 이슬람의 몰락을 촉발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의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올 만도 하다.
향후 중동의 역학구도와 파워게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역시 이란이다.
이란은 1일(현지시간) 새벽 하메네이의 사망을 공식 확인한 뒤 헌법에 따라 즉시 권한을 임시로 대행하는 지도자위원회를 구성해 당일 바로 업무에 착수했다. 또 차기 최고지도자를 뽑기 위한 전문가회의도 소집했다.
최고지도자 교체의 유일한 선례였던 1989년 6월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망한 뒤 하루 만에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1일 "하루 이틀 새 새 최고지도자가 선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이 전시라는 점에서 리더십의 신속한 복원은 이란 체제에 급선무다.
하지만 이슬람공화국을 표방한 신정체제를 유지한 두축이 이슬람혁명을 실제로 이끈 혁명 1세대의 이념과 혁명수비대(IRGC)의 군사력이었던 만큼 차기 최고지도자 체제가 지금처럼 강고하게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벨라야테 파키'(이슬람법학자에 의한 신정통치)에 대한 이란 국민의 신뢰가 깨져 유효기간이 이제 만료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또 미국·이스라엘의 두 번의 공격으로 혁명수비대 역시 크게 역량이 약화한 것도 사실이다.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한 이슬람공화국이라는 간판을 걸고 군부와 종교계 내 여러 세력이 견제·협력하는 통치가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가 점쳐지는 이유다.
김혁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2일 "외부의 군사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이란의 민심도 자생적 민주화나 왕정복고보다는 일단 기존 체제와 유사한 통치로 질서가 유지되길 바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충돌에서 이란은 그간 다소 협력적이었던 걸프 지역마저도 대치하게 돼 고립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며 "이란의 차기 리더십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고, 통제력을 가지며 어떤 선택을 하는 지가 중동 역학구도에 최대 변수"라고 짚었다.
이란의 차기 리더십이 '대미 항전'의 명분을 위해 강경한 대외정책을 표방하겠지만 주변 중동국가와 관계를 개선한 뒤 미국과 핵협상에 나선다면 중동 정세는 빠르게 안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미국에 대한 패배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차기 리더십이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메네이처럼 강경한 반미·반서방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최소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 동안엔 미국의 '정기적 폭격'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란의 민생과 경제는 최악을 거듭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금이 전시인 만큼 강경한 군부의 영향력이 더 발휘될 수 있다.
이란의 차기 리더십이 내부 권력다툼, 미국의 계속된 군사공격으로 국정 장악력을 상실하게 되면 그야말로 이란은 통제불능이 된다.
절대권력자가 퇴장한 중동 여러 국가가 거의 예외없이 내전으로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란 역시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주변 중동 주요국이 모두 이란에 개입하는 패권 경쟁이 벌어지면서 중동의 불안정성은 크게 높아진다.
시리아나 예멘 등과 달리 중동의 외교·종교·안보·군사·경제에 큰 영향력이 있었던 이란의 몰락은 중동의 안정성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두차례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내 이스라엘의 영향력은 1947년 건국 이래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숙적이자 이슬람권의 강국인 이란의 정권을 교체할 만큼의 과단성, 군사력, 정보력을 유감없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란이 전과 같은 국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중동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두 축이 아니라 이스라엘 '1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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