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립선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루테튬-177 기반의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플루빅토 투여가 빠르면 빠를수록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대규모 실제 임상 데이터로 확인됐다.
노바티스는 지난 2월 26~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SCO GU(미국임상종양학회 비뇨기암 심포지엄) 2026'에서 복수의 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항암화학요법 경험 없는 환자 500명 분석… “ARPI 한 번만 쓰고 바로 투여가 최적"
이번 핵심 연구는 탁산 계열의 화학항암제 치료 경험이 없고 PSMA(전립선 특이 막 항원) 양성인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모두 남성 호르몬 차단제(ARPI)를 한 가지 이상 사용한 뒤 플루빅토를 투여받은 환자들이다.
분석 결과, 전체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3.5개월(95% CI: 11.7~14.7개월)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RPI 사용 횟수에 따른 효과 차이였다.
ARPI를 단 한 가지만 사용한 뒤 플루빅토를 투여받은 환자군의 PFS 중앙값은 15.8개월(95% CI: 11.7~18.6개월)이었던 반면, 여러 종류의 ARPI를 거친 뒤 투여받은 환자군은 12.7개월(95% CI: 10.7~14.0개월)에 그쳤다. 조기 투여군이 3개월 이상 무진행 생존 기간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단기 반응 지표인 PSA50 반응률(기저치 대비 PSA 50% 이상 감소)은 전체 환자군에서 62.6%로, 1가지 ARPI 사용 후 투여군(61.4%)과 복수 ARPI 사용 후 투여군(63.8%)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플루빅토가 어느 시점에 투여되든 단기 암 억제 효과는 유사하지만, 지속적인 무진행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서 조기 투여군이 확연히 앞선다는 것을 뜻한다.
"내성 축적 전 암 선제 타격이 핵심 전략"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ARPI는 남성 호르몬이 전립선암 세포를 자극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약물이지만, 여러 종류를 순차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암세포가 호르몬 신호 없이도 생존하는 방향으로 변이하고 전반적인 치료 저항성이 높아질 수 있다.
PSMA를 표적으로 방사선을 직접 암세포에 전달하는 완전히 다른 기전의 플루빅토는 이같은 내성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투입될수록 반응의 폭과 지속 기간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듀크대 의과대학 다니엘 조지 교수는 "이번 분석은 플루빅토가 다양한 환자군과 다양한 진료 환경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며 "이번 결과가 PSMAfore 핵심 임상시험과 일관성을 보여 ARPI 1차 치료 후 방사성 리간드 치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임상의들의 신뢰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 교수가 언급한 PSMAfore는 플루빅토의 화학요법 전 단계 적응증 확대를 뒷받침한 3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다. 이 연구에서 플루빅토는 ARPI 교체 요법 대비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을 약 두 배 이상(11.6개월 대 5.6개월) 연장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으며(Lancet, 2024),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는 해당 임상 결과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이 PSMAfore 결과를 근거로 2025년 3월 플루빅토의 적응증을 확대했다. 현재 ARPI 치료를 받았고 탁산 기반 화학요법을 지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PSMA 양성 mCRPC 환자에게도 사용이 승인된 상태다.
"플루빅토 이후에도 후속 치료 가능"… 치료 옵션 걱정 덜었다
이번 ASCO GU 2026에서 함께 발표된 두 번째 연구는 플루빅토 투여 종료 후 후속 전신 치료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mCRPC 환자 442명을 대상으로 플루빅토 중단 후 탁산, ARPI, PARP 억제제 등으로 전환했을 때의 결과를 평가한 결과, 후속 치료에서도 의미 있는 반응이 확인됐다.
후속 치료 전체 442명의 PFS 중앙값은 8.6개월(95% CI: 7.2~10.1개월)이었으며, ARPI 후속 투여군(176명)은 10.7개월, 탁산 후속 투여군(188명)은 7.2개월이었다.
서울아산병원 등 치료 도입, 현재 비급여
플루빅토는 국내에서 2024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성인 환자 치료제로 정식 시판허가를 받았다.
대상 적응증은 기존 안드로겐 차단 치료와 탁산 계열 화학요법 이후 질환이 진행된 PSMA 양성 mCRPC 환자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난치성 전립선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는데,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비 대부분을 부담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국내 허가 당시 "플루빅토는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말기 전립선암 특정 환자들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라면서도 "고가의 비급여 치료제인 만큼 제도적·정책적 접근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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