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씻어서 바로 먹는 과일로 익숙하다. 그런데 같은 사과라도 불에 한 번 익히면 몸에서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열을 가하는 동안 과육의 구조가 부드럽게 풀리면서 식이섬유 형태가 변하고, 장에서 머무는 시간과 흡수 속도에도 차이가 생긴다.
조리 과정은 길지 않다. 약 5분이면 충분하다. 짧은 가열만으로도 장 움직임과 식사 후 혈당 흐름에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가열로 달라지는 펙틴, 장이 더 편안해지는 이유
사과에는 ‘펙틴’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을 만나면 끈적한 젤처럼 변하는 성질이 있다. 생사과에도 펙틴이 들어 있지만, 열을 가하면 과육이 더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이 성분이 몸에서 쓰이기 쉬운 형태로 바뀐다.
생사과 100g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약 2.7g 수준이다. 구웠을 때는 수분이 일부 날아가면서 같은 양 대비 식이섬유 농도가 3.5g 정도로 높아진다. 양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이 부드럽게 풀어져 장에서 머무는 동안 역할을 하기 쉬워진다는 점이 차이다.
젤처럼 변한 펙틴은 장 안에서 노폐물을 끌어안고 이동한다. 변이 딱딱해 배변이 힘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유다. 또한 장 속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환경을 정돈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느린 사람도 익힌 사과는 비교적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차갑고 단단한 생과일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살짝 익힌 사과로 바꿔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올리브유 한 스푼 더한 5분 조리법
조리 방법은 어렵지 않다. 사과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씨를 제거하고 껍질째 얇게 썬다. 팬에 올려 약한 불에서 4~5분 정도 익히거나, 전자레인지에 넣어 비슷한 시간 동안 가열해도 된다. 과육이 살짝 투명해지고 말랑해지면 충분하다. 오래 익히면 물기가 많이 빠져 식감이 지나치게 무를 수 있다.
껍질을 벗기지 않는 이유도 있다. 사과 껍질에는 퀘세틴이라는 항산화 성분과 우르솔산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열에 비교적 강한 편이어서 짧게 가열해도 상당 부분 남는다. 껍질째 먹어야 사과 전체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
여기에 올리브유 1큰술을 더하면 흡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과에 들어 있는 일부 성분은 기름과 함께 섭취할 때 몸에 더 잘 흡수된다. 또 기름이 더해지면 포만감이 오래 이어져 군것질을 줄이는 데도 보탬이 된다. 다만 비타민 C는 열에 약하므로, 비타민 섭취를 중시한다면 생사과와 번갈아 먹는 방식이 좋다.
식전 30분, 혈당 오름폭 줄이는 방법
구운 사과는 언제 먹느냐도 중요하다. 식사 30분 전에 먹으면 펙틴이 위에서 먼저 부풀어 포만감을 만든다. 그 결과 밥이나 면을 과하게 먹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젤 형태로 변한 펙틴은 당이 장에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춘다. 식사 직후 과일을 디저트로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는데, 식전에 소량 섭취하면 이런 급격한 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흰쌀밥이나 빵처럼 당이 빠르게 흡수되는 음식을 먹는 날에는 더 유용하다.
물론 구운 사과도 당류가 들어 있는 과일이다. 한 번에 과하게 먹으면 혈당이 오를 수 있다. 당뇨가 있다면 작은 사과 1개 이내로 양을 조절하는 편이 안전하다.
짧은 5분 가열이라는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사과의 식이섬유 작용 방식이 달라진다. 변이 불편하거나 식후 혈당이 걱정된다면, 생으로만 먹던 습관에서 벗어나 한 번쯤 구워 먹는 방법을 시도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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