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8일 오전 9시 40분 무렵, 이란 여러 도시에서 주민들이 거센 폭발음을 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영상에서는 폭발 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비명과 울음소리 또한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정권의 붕괴는 군사적 개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도감과 일종의 환희를 보이는 정황도 감지된다고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전했다.
1일 아침, 이란 국민들은 36년 넘게 이란을 통치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전날 개시된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하루를 맞았다.
그의 사망 소식은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했고, 이어 이란 국영 매체가 보도했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테헤란 시민은 "믿기지가 않는다. 너무 좋은 소식을 들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밤새 한숨도 못 잤다. 하메네이가 없는 첫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동이 더 나은 곳이 된 것 같다"며 "세계 역시 지금 더 나은 곳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뻐하는 이들은 더 있다. 28일 촬영된 한 영상에서 한 여성은 하메네이의 거처가 타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분명한 안도감을 표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한 학교의 10대 학생들이 공습이 이뤄졌다며 춤을 추고, "나는 트럼프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 27일 밤부터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섰고, 수도 테헤란에서는 많은 주민이 카스피해 인근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곳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습이 시작된 이후 이란은 사실상 전면적인 인터넷 차단 상태에 놓였다. 이 때문에 이란 현지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일부 주민들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이나 가상사설망(VPN) 등 다양한 우회 수단으로 잠시 연결에 성공했으며, 향후 다시 접속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BC는 테헤란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힌 친정권 인사 몇 명과 연락하는 데 성공했다.
테헤란 중심부에 산다는 한 인사는 BBC '뉴스아워'에 "폭발음을 많이 들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도시를 공격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하루였다. 우리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에 갔다.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는 BBC '위켄드' 프로그램에, 28일 새벽 사무실이 있는 도시 북부 지역에서 전투기 소리와 폭발 두 차례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분위기가 극도로 긴장돼 있었으며,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이 통조림 등 비상식량을 대량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 주민은 스타링크를 통해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집무실이 위치한 '리더십 하우스'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에 강한 보안 병력이 배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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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돌봐주세요'
인터넷이 끊기기 전, 일부 주민들은 공습으로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소셜미디어에 메시지를 남겼다.
한 이란인은 "내가 죽는다면, 군사 공격에 반대하는 우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우리는 사망자 통계 속 숫자로만 남게 될 사람들이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는 "이 전쟁을 일으킨 이슬람 독재정권을 저주한다. 우리는 이미 세 번의 전쟁을 견뎌냈다"고 썼다.
일부 게시물은 끊어진 통신망과 전쟁 속 어린이들의 안전을 향한 불안감을 담고 있었다. 한 사용자는 "인터넷이 거의 끊겼다… 만약 완전히 끊기게 되면,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위한 군인도, '부수적 피해'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인간이며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특정 개인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다른 사용자는 "혹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고 굉장히, 정말 굉장히 다정하게 대해달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말해달라. 우리는 침묵 행진에 참여했고, 투표했고, 여러 직업을 병행하며 큰 고통을 견뎌냈다"고 적었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에 따르면, 현대사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민간인 탄압 중 하나로 기록된 탄압을 겪은 많은 이란인들은 이제 정권교체를 환영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군사 개입과 고위층 제거를 통해 이뤄진다 해도 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 사이에서는 공습만으로 정권 붕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들은 정권이 생존할 경우, 국민에 대한 탄압이 오히려 더욱 잔혹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달여 전 시위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인들에게 시위를 계속하라고 독려하며 도움이 오고 있다고 약속했었다.
이제 일부 이란인들은 "도움이 왔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전한다. 이 메시지는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란 정부 측 병력에게는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습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이 발생할 경우, 여론은 급격히 돌아설 수 있다. 이스라엘이 한 여자학교를 공격해 수십 명이 숨졌다는 국영 매체 보도 이후, 많은 이란인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해당 보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에 거주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을 반대하는 한 이란인은 "이 전쟁의 첫 희생자는 미나브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숨진 40명의 소녀들이다. 이것이 당신들이 환호하는 전쟁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란 정권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에, 공식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이란인들도 많다. 일부는 이 공격에 대해 정권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한 사용자는 "정권이 학교를 직접 노렸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미나브에서 어린이들이 희생된 책임은 이슬람공화국에 있다"고 썼다.
"사람들에게는 대피소도 없고, 인터넷은 끊기고, 전화도 먹통이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경고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요구는 집에 머무르라는 것이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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