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김장이 끝나면 주방 풍경이 달라진다. 김치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빈 김치통이 남는다. 세제로 여러 번 씻고 물로 헹군 뒤 말려 겉으로는 깨끗해 보인다. 그런데 뚜껑을 여는 순간 시큼한 냄새가 다시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플라스틱은 생각보다 냄새를 오래 붙잡는다.
플라스틱 표면은 겉으로는 매끈해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이 있다. 수세미로 세게 문지를수록 잔 스크래치가 생긴다. 그 사이로 김칫국물 속 염분과 발효 향 성분이 스며든다. 주방세제는 기름기 제거에는 효과가 있지만, 이미 흡착된 냄새 분자까지 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세척 뒤에도 냄새가 남는다. 단순 세척이 아니라 흡착과 중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제로는 해결되지 않는 김치통 냄새를 집에서 쉽게 줄이는 방법 4가지를 소개한다.
1. 상추, 밀폐 공간에서 냄새를 붙잡는다
상추는 쌈 채소로만 쓰이지 않는다. 잎의 초록색을 만드는 엽록소와 섬유질 구조가 냄새 분자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 잎 표면에는 미세한 기공과 조직 사이 공간이 있다. 이 구조가 공기 중에 떠 있는 냄새 성분을 흡착한다.
밀폐된 김치통 안에 상추를 넣어두면 내부 공기가 순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냄새 성분이 잎 표면에 닿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잎이 수분을 머금고 숨이 죽는데, 이 과정에서 통 벽면에 남은 향까지 함께 붙잡는다. 단순히 향을 덮는 방식이 아니라, 통 안 공기 자체를 바꾸는 데 가깝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시들지 않은 상추를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턴다. 김치통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게 깐다. 뚜껑을 닫고 하루 정도 둔다. 중간에 한두 번 가볍게 흔들어 잎에서 나온 수분이 벽면에 닿게 한다.
다음 날 상추를 꺼내고 통을 흐르는 물에 헹군다. 강하게 배어 있던 냄새가 한층 옅어진다. 색이 깊게 밴 자국까지 사라지지는 않지만, 첫 단계로 부담 없이 시도하기 좋다. 버리기 직전의 상추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2. 설탕물, 생각보다 강한 탈취력
설탕은 단맛을 내는 재료로만 알려졌지만, 탈취에도 쓰인다. 물에 녹으면 점성이 생기고, 이 성질이 냄새 입자를 붙잡는다. 플라스틱 틈 사이에 스며들어 냄새 성분을 함께 끌어낸다.
방법은 단순하다. 설탕과 물을 1대3 비율로 섞는다. 설탕 한 컵에 물 세 컵을 넣고 충분히 저어 완전히 녹여 김치통에 붓는다. 냄새가 가장 많이 배는 부분이 패킹 안쪽이기 때문에 뚜껑과 고무 패킹도 함께 담가둔다. 분리 가능하다면 따로 빼서 같은 용액에 담가둔다.
최소 12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냄새가 심하다면 하루 정도 유지한다. 중간에 통을 한두 번 가볍게 흔들어주면 용액이 고르게 닿고 이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 마무리한다. 미끈거림이 남지 않도록 꼼꼼히 씻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3. 쌀뜨물로 남은 잔향 정리
쌀을 씻고 나온 첫 물에는 전분과 미세 입자가 포함돼 있다. 이 입자들이 통 안쪽에 남은 냄새 성분을 감싸 밖으로 끌어낸다.
쌀뜨물을 김치통에 가득 붓고 뚜껑도 함께 담가 1시간 정도 둔다. 냄새가 강하면 하룻밤 두는 방법도 있다. 다만 기온이 높은 시기에는 상할 수 있어 냉장 보관이 안전하다. 이후 맑은 물로 헹군다.
쌀뜨물은 냄새뿐 아니라 붉은 물들임 자국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4.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중화
베이킹소다는 탄산수소나트륨 성분으로 이뤄진 약한 알칼리성 가루다. 김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젖산과 유기산 계열 성분은 산성에 가깝다. 플라스틱 틈에 남아 있는 이런 산성 물질이 시큼한 냄새의 원인이다. 베이킹소다가 물에 녹으면 약한 알칼리 용액이 되는데, 이 용액이 산성 성분과 만나면 중화 반응이 일어난다. 냄새를 만들어내는 산성 분자가 성질을 잃으면서 자극적인 향이 줄어드는 구조다.
먼저 물 한 컵에 베이킹소다 1~2스푼을 녹여 통에 붓는다. 이후 30분에서 2시간 정도 둔다. 시간이 길수록 반응이 충분히 일어난다.
여기에 식초 2~3큰술을 더하면 반응이 한층 뚜렷해진다. 두 재료를 넣으면 거품이 올라온다. 이때 넘치지 않도록 큰 통에서 진행해 거품이 가라앉은 뒤 헹군다. 금속 장식이나 스테인리스 부품이 달린 통은 장시간 담가두지 않는 편이 좋다. 표면 변색을 막기 위해서다.
햇볕 건조로 마무리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마지막 단계는 건조다. 물기가 남은 상태로 뚜껑을 닫으면 냄새가 다시 배기 쉬워 세척 후에는 마른 행주로 내부 물기를 닦는다. 뚜껑을 열어 햇볕이 드는 곳에 둔다.
자외선은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1~2시간만으로도 차이가 느껴지지만, 하루 정도 말리면 훨씬 깔끔하다. 베란다나 창가처럼 통풍이 되는 공간이 좋다. 완전히 마른 뒤 보관한다.
보관 시에는 통 안에 신문지를 접어 넣는 방법도 있다. 종이 섬유가 남은 습기와 냄새를 흡수한다. 신문지를 넣은 채 뚜껑을 닫아두면 다음 사용 때 냄새 재발을 줄일 수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