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HPV·B형간염… 암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기생충 9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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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HPV·B형간염… 암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기생충 9종은?

캔서앤서 2026-03-01 12:13:30 신고

세균·바이러스·기생충 같은 감염성 병원체가 강력한 발암 요인이라는 사실이 국제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최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새로 발생하는 암 중 230만 건(10.2%)이 감염성 병원체에 의해 유발된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 감염원이 일으키는 암 대부분이 백신 접종, 항생제 투여, 위생 관리 등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술과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접근성과 공중보건 인프라의 부재 때문에 매년 수백만 명이 불필요하게 암에 걸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보고서의 가장 큰 의의는 9종의 발암성 감염원을 흡연·음주 등 행동·환경 위험인자와 동등하게 포함한 세계 최초의 통합 분석이라는 데 있다. 국제사회가 감염 관리를 '감염병 대응'이 아닌 '암 예방 전략'의 핵심 축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최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새로 발생하는 암 중 230만 건(10.2%)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 감염성 병원체에 의해 유발된다./게티이미지뱅크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최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새로 발생하는 암 중 230만 건(10.2%)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 감염성 병원체에 의해 유발된다./게티이미지뱅크

9종 발암 감염원… 세균·바이러스·기생충 망라

이번 분석에 포함된 9종의 발암 감염원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인유두종바이러스(HPV), B형 간염 바이러스(HBV), C형 간염 바이러스(HCV), 엡스타인-바르 바이러스(EBV),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 8형(HHV-8), 주혈흡충, HTLV-1, 간흡충류로 구성된다. 각각 위암, 자궁경부암, 간암, 방광암, 담관암 등 다양한 암종을 유발하며, 상당수는 이미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 존재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 전 세계 위암의 최대 원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은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균이다. 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어린 시절에 감염되며, 만성 위염과 위궤양을 거쳐 위암으로 이어진다. 이번 분석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위암의 연관성은 동아시아·동유럽·남미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대만 마쭈 섬에서 시행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집단 박멸 프로그램은 예방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장기 코호트 연구 결과,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Gut, 2021). 제균 치료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항생제 복합요법으로 비교적 간단하고 저렴하게 이루어진다. IARC는 "위암 고위험 지역에서의 검사-치료 프로그램 도입이 위암 예방의 가장 직접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HPV 백신 "암을 막는 가장 강력한 주사"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의 거의 유일한 원인이며, 구인두암·항문암·외음부암 등과도 연관된다. 스웨덴에서 수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NEJM, 2020)에서 HPV 백신 접종을 받은 여성은 침습성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이 극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WHO는 HPV 백신을 "암을 직접 예방하는 가장 입증된 의학적 도구"로 지목한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여성의 예방 가능 암 비율이 38.2%로 세계 최고를 기록한 것은 이 지역의 낮은 HPV·HBV 백신 접종률과 직결된다. 백신 불평등이 결국 암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B형·C형 간염 "간암의 뿌리를 끊는다"

HBV와 HCV는 전 세계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HBV는 출생 직후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많은 국가의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HCV는 현재 백신이 없지만, 직접작용 항바이러스제(DAA)로 95%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며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집트는 2022년 대규모 HCV 치료 캠페인을 통해 자국 내 C형 간염 유병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Liver International, 2024)로 인용된다.

IARC 소에르요마타람 박사는 "이들 감염원은 모두 예방 가능하지만 저·중소득 국가에서는 백신·검사·안전한 식수·위생 환경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다음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HPV 백신 접종 범위 확대(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남아시아), HBV 출생 직후 접종 보편화, HCV 치료 접근성 강화, 위암 고위험 지역에서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검사-제균 프로그램 도입,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 인프라 및 식품 안전 강화가 그것이다.

WHO 암 관리 팀장 일바위 박사는 "담배나 알코올 규제와 달리, 백신 접종과 항생제 치료는 개인의 행동 변화 없이도 암을 막을 수 있는 의학적 개입"이라며 "이것이 암 예방의 희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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