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선 맹수, 도심선 신사"···BMW 550e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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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선 맹수, 도심선 신사"···BMW 550e의 두 얼굴

뉴스웨이 2026-03-01 12:01:00 신고

BMW 550e x드라이브. 사진=권지용 기자
"고성능 차를 타려면 기름값 정도는 포기해야지"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이 문장을 거부할 수 없는 진리처럼 믿어왔습니다. 압도적인 가속력을 탐닉하는 대가로 지갑이 얇아지는 현상은 일종의 세금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대배기량 엔진의 포효를 들으며 도로를 집어삼킬 때 계기판의 연료 게이지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게 바로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비용이지"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던 시대가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기술은 우리의 고정관념보다 훨씬 빠르게 앞서 나갑니다.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오랜 편견을 기분 좋게 깨뜨립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출퇴근을 끝내면서 동시에 주말엔 서킷을 휘젓는 두 얼굴의 완벽주의자입니다. BMW 5시리즈 끝판왕, 550e x드라이브입니다.

BMW 5시리즈가 한국 시장에서 갖는 위상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독일 뮌헨 본사에서도 한국 고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느라 밤잠을 설친다는 소문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만큼, 우리네 운전자들의 안목은 날카롭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브랜드의 이름값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세단다운 정숙함은 기본이요, 고속도로에서는 호쾌하게 뻗어 나가야 하며, 동시에 고유가 시대에 걸맞은 영리한 효율성까지 갖춰야 합니다. 550e에는 모순적인 욕심을 한 그릇에 담아내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M5'라는 상징적인 괴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5시리즈 라인업의 큰형님 격인 이 차를 타고 영하 7도의 혹한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BMW 550e x드라이브. 사진=권지용 기자
먼저 이 차의 능력부터 확인해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입니다. 보닛 아래에는 BMW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직렬 6기통 B58 가솔린 엔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마치 강력한 지원군처럼 힘을 보탭니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무려 489마력, 최대 토크는 71.4kg·m에 달합니다. 과거 람보르기니의 플래그십 슈퍼카 디아블로의 출력이 485마력이었으니 슈퍼카급 성능이라 불러도 무방하려나요? 숫자가 조금 생경하게 느껴진다면 '제로백'이라 불리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도달 시간이 단 4.3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짜릿하게 다가옵니다. 웬만한 스포츠카는 사이드미러 너머로 유유히 보내버릴 수 있는 실력입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거구의 세단이 마치 화살처럼 튕겨 나가는데, 그 과정이 거칠거나 투박하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실키식스 엔진이 시원하게 고회전 영역까지 몰아붙이는 가운데 전기모터 역시 초반부터 즉각적인 토크를 보태며 등을 세차게 밀어붙입니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사실은 화려한 출력보다는 연료 효율이었습니다. 시승 당일 기온은 약 영하 7도로 상당히 추운 날씨였습니다. 자동차 배터리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죠. 사람도 추우면 몸이 굳듯, 배터리 역시 효율이 뚝뚝 떨어지는 혹한기입니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출발하니 주행 가능 거리가 약 75km로 나옵니다. 사실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이 추위에 이 무거운 차(공차중량이 2.3t에 달합니다)가 전기로만 얼마나 버틸까 하는 의구심이었죠.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도심과 간선도로를 섞어 달린 끝에 약 70km 지점에 도달해서야 배터리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이때 기록한 전비는 3.9km/kWh. 추운 날씨와 히터를 가동한 상황을 고려하면 꽤나 선방한 성적표입니다.
BMW 550e x드라이브 충전 모습. 사진=권지용 기자
여기서 잠깐 계산기를 좀 두드려보겠습니다. 21.54kWh 용량의 배터리를 완충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공용 충전기 기준으로 약 6500원 수준입니다. 요즘 휘발유 가격을 1600원대로 잡아도 기름 4L 값에 불과합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무려 70km를 달린 셈입니다. 서울에서 웬만한 수도권 출퇴근 거리라면 기름 한 방울 안 쓰고 전기차처럼 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름값 무서워서 고성능 차 못 탄다"는 말은 이제 550e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 변명입니다. 만약 날씨가 풀리면 효율이 훨씬 늘어나 80~100km까지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효율을 자랑합니다.

물론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충전이 귀찮아서 배터리를 방치하면 어쩌냐, 그러면 무거운 짐차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배터리 상태에 따른 극단적인 두 가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우선 배터리를 알뜰하게 활용하며 누적 200km를 달렸을 때, 계기판에 찍힌 평균 연비는 무려 19.8km/L에 달했습니다. 경형 하이브리드 부럽지 않은 수치죠. 반대로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상태에서 하이브리드 모드로만 200km를 달렸을 때 기록은 10.1km/L였습니다. "겨우 10km/L?"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차가 500마력에 육박하는 고성능 사륜구동 세단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가솔린 모델이 시내 주행에서 한 자릿수 연비로 고전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충전 없이도 두 자릿수를 지켜내는 BMW의 엔진 효율 기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경지에 올랐는지를 방증하는 셈입니다.
BMW 550e x드라이브 실내 모습. 사진=권지용 기자
달리기 실력으로 넘어가면 '역시 BMW'라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PHEV 모델은 배터리 무게 때문에 몸놀림이 둔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550e는 이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묵직한 배터리 팩이 차체 바닥 중앙에 깔리면서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를 냈고, 덕분에 코너를 돌아 나갈 때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이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철을 넘을 때는 고급 세단 특유의 유연함을 보여주다가도,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하체가 순식간에 탄탄하게 조여지며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노면에 투영합니다. 특히 스티어링 휠 뒤편에 자리한 '부스트 패들'은 이 차의 백미입니다. 왼손으로 패들을 쓱 당기는 순간, 계기판에 10초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차의 모든 잠재력이 한꺼번에 폭발합니다. 시야가 좁아지는 짜릿한 가속감은 BMW의 오랜 슬로건 'Sheer Driving Pleasure(순수한 운전의 즐거움)'를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실내로 들어서면 화려한 조명과 인터랙티브 바가 운전자를 반깁니다. 5시리즈가 8세대로 진화하며 보여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이 실내 구성은 550e라는 미래지향적 심장과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크리스탈 디자인의 컨트롤러와 매끄럽게 이어진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마치 고급 라운지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정숙성 또한 압권이죠. 전기 모드로 주행할 때는 물론이고,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조차도 그 경계가 너무나 희미해서 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엔진이 켜졌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한스 짐머가 작곡한 아이코닉 사운드가 가속 시 들려주는 웅장한 효과음은, 엔진음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성적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결론적으로 BMW 550e x드라이브는 모든 걸 다 갖고 싶은 욕심쟁이를 위한 명쾌한 해답입니다. 평일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조용하고 경제적인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 기름값 걱정 없이 도심을 누비고, 주말에는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를 안락하게 여행하거나 때로는 혼자만의 드라이빙을 즐기며 스포츠카 못지않은 쾌감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한 차체 안에 극단의 효율과 극단의 성능이 공존하는 이 묘한 매력은 한 번 맛보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1억2000만원대 가격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490마력의 출력과 20km/L에 육박하는 잠재적 연비, 그리고 BMW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를 완벽하게 버무려낸 차가 또 있을까요? "성능과 효율은 반비례한다"는 오랜 물리적 법칙에 균열을 낸 이 차를 보고 있자면, 비싼 가격표마저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특히 전기차 선호도가 아직 높지 않은 고성능 세단 시장에서 PHEV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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