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문득 궁금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아 침을 삼키는 행위를 하는 것처럼 갖고 싶은 작품을 보면 어떤 감각이 먼저 발휘되는가?
본다 - 멈추어 선다 - 바라본다 - 다른 작품을 둘러본다 - 다시 돌아와 그 앞에 선다 - 바라본다 - 생각한다 - 생각한다 - 생각한다 - 구매결정 이유를 복기한다 - 구매한다
내가 궁금한건 이 ‘생각한다 - 생각한다 - 생각한다’ 구간이다. 마치 반려작품을 고르듯 신중한 이 구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칭하여 ‘미감 구체화하기’라고 해보자. 어쨌든 구매하고 싶은데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는 시간이지 않은가.
미감은 본능처럼 시작된다. 작품 앞에 멈춰 선 순간 이미 1차 판단은 끝나 있다. 신경미학 연구에 따르면 아름다움에 대한 반응은 시각피질과 함께 보상회로를 동시에 자극한다고 한다. 우리는 “좋다”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돌아섰다가 다시 오고, 서성이면서 또 생각하는가. 그 구간은 본능적인 감상이 끝난 후의 협상이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1) 첫 번째 생각은 감정을 확인하는 단계다.
정말 좋은가? 잠깐의 자극은 아닌가? 무엇이 좋지? 오늘 내 기분이 그런가? 이때 우리는 작품을 평가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 앞에서 나를 시험하고 있다. 그것이 나와 맞닿아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2) 두 번째 생각은 현실과의 충돌이다.
가격, 공간, 타인의 시선, 충동구매에 대한 경계 등과 연관되어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마음은 이미 기울었지만 이성은 재차 묻는다. 이게 정말 합리적인 행동인가- 작품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설득할 근거를 찾는 시간이다.
3) 세 번째 생각은 서사 만들기다.
가구를 구입하려 할 때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공간 분위기, 라이프스타일, 추구하는 이미지 등을 그려본다.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치해보는 일이다. 이것이 나의 생활 ‘안’에 어울리는가를 묻는 것이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이 내 공간에 걸린 장면을 상상한다. 누군가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할지 떠올린다. 내가 왜 이것을 선택했는지, 나라는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야기로 엮는다.
‘서사는 타인을 위한 설명이 아니라, 결국 나를 납득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 미감은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막연한 좋음은 근거를 얻고, 감정은 나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구매는 논리적 결정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것을 내 삶의 문장으로 다듬은 뒤 내리는 선택이다.
하여 그 시간은 단순히 소비의 시간이 아니라 관계를 예감하고 발견하며 ‘맺는’ 시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소유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닌, 이 이미지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미감이 구체화된 행위이자 그 작품과 함께 나의 기억, 현재, 기대를 드러내는 일이 된다.
작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그 앞에 머물러 시간을 갖는 자체에서 ‘나의 미감’이 발휘되는 방식 또한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 역시 누군가의 작품을 구매하며, 또 구매하고 싶어하며 나의 취향과 태도, 마음가짐을 더욱 존중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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