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민의 그림으로 본 세상] 자화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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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의 그림으로 본 세상] 자화상①

문화매거진 2026-02-28 16:19: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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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cis Bacon, Three Studies for Self-Portrait(자화상을 위한 세 개의 습작), 1979-1980
▲ Francis Bacon, Three Studies for Self-Portrait(자화상을 위한 세 개의 습작), 1979-1980


[문화매거진=하수민 작가] 지난 학기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화상을 그리는 수업을 진행했다. 미술사 속 화가들이 제작한 다양한 형태의 자화상들을 예시로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직접 자신만의 자화상을 그려보게 했다. 그간 그림 그리는 기술을 심도 있게 배워온 학생들이기에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 예상했다. 전통적 의미의 자화상, 즉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을 닮게 그리는 방식이 주를 이룰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편협한 나만의 생각이었다. 학생들은 단순히 외형적 유사성을 강조하는 데에 치중하기보다, 자신을 내외부적으로 인식하고 드러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화면에 접근했다. 아이들의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나에게 자화상이 어떤 것을 담아야 하는지 되묻는 계기가 되었다.

화가들은 어떤 이유로 자화상을 그렸을까?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제를 제시하며 나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를 요구했다. 이에 화답하듯 작가들은 자화상이라는 이름의 창작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고찰해왔다. 단지 외형을 오차 없이 담아내려는 목적뿐이라면 사진기가 등장한 시점부터 자화상은 감소해야 했다. 하지만 자화상은 미술사적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 오고 있으며, 그 의미와 방식은 확장되었다. 이는 자아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는 행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렸던 이유는 자신의 얼굴과 신체를 단순히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 혹은 그 이상이 되어버린 고통이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였다. 루치안 프로이트가 쇠약하고 볼품없는 본인의 나체를 적나라하게 그렸던 건 가식 없이 자신을 직면하고 무정하게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태도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화가들의 자화상이란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의 존재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본인의 얼굴을 그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고찰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대표적인 작가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혐오하면서도 평생에 걸쳐 50점 이상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1979년 제작된 삼연작 ‘Three Studies for Self-Portrait’은 그가 자화상이라는 장르를 대하는 자세를 서슴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은 세 개의 분할된 화면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의 이목구비와 윤곽은 여러 차례 쌓아 올린 거친 붓질에 의해 왜곡되고 스러져 식별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작가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형태를 구현하려 공을 들이기보다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해체했다. 베이컨은 얼굴을 화면의 중심에 두면서도, 인물을 개인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그린 인물은 형태가 수습되지 않은 채 덩그러니 빈 공간 속에 이유 없이 자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사람의 정제된 초상이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흔들리는 감정과 같은 잔상이 인물의 존재를 대변하고 있다.

베이컨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고 그에 따르는 실존 감각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가 반복적으로 자화상을 그렸다는 사실 역시 그러한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다. 스스로를 찾아간다는 것은 끝없이 자신을 마주하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이룰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완의 습작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같은 얼굴을 반복해 그리며 한 인간의 고정되지 않는 순간들을 담아냈다. 이러한 태도는 자화상이 단순한 자기 묘사의 장르를 넘어, 존재를 사유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자화상은 더 이상 과거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새롭게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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