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가 일상의 중추가 된 현대 사회에서 손목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사무실에서의 정교한 마우스 조작부터 퇴근길 스마트폰을 쥔 손가락의 분주한 움직임까지, 우리의 손목은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이다. 이는 손목 앞쪽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서, 그 속을 지나는 정중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마비를 유발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손목터널은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로, 이곳으로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손바닥의 감각 및 운동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통과한다.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반복적인 동작이 이어지면 이 통로를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주변 조직에 부종이 생기며 신경을 누르게 된다. 과거에는 가사 노동이 많은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 사용량이 급증한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질환의 가장 현저한 증상은 엄지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절반 부위에서 느껴지는 저림과 통증이다. 특히 밤이 되면 통증이 더욱 심해져 잠을 설치기도 하며, 손을 흔들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손의 감각이 무뎌지고 근력이 약화되어 단추를 채우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등의 정교한 동작이 어려워지며, 심한 경우 엄지손가락 아래의 근육이 위축되어 손바닥이 움푹 패는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손목의 '중립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손목이 위아래로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받침대를 활용하는 것이 좋으며, 한 시간마다 5분 정도는 업무를 멈추고 손목 스트레칭을 시행해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장시간 들고 있는 자세는 손목에 지속적인 부하를 가하므로, 거치대를 사용하거나 양손을 번갈아 사용하는 절제가 필요하다.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휴식과 함께 부목 고정, 약물 치료 등을 통해 비교적 용이하게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신경 압박이 장기간 지속되어 신경 손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적 처치를 통해 수근관을 넓혀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려해야 한다. 신경 질환의 특성상 회복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조금 지나면 낫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은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고 문명을 일구게 한 가장 고귀한 신체 부위 중 하나다. 매일 수천 번씩 반복되는 손목의 움직임 뒤에 숨겨진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손끝에서 전해오는 미세한 저림을 내 몸이 보내는 휴식의 신호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소중한 손의 건강을 오랫동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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