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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 2026-02-28 13:40: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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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함께 하는 중, AI 생성 이미지
▲ AI와 함께 하는 중, AI 생성 이미지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AI와 관련된 동영상이 내 알고리즘을 장악했다.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대학의 박사들이 인터뷰를 시작하고, 듣다 보면 금방이라도 코딩을 배워야 하거나 중요한 생성형 AI 툴 몇 개쯤은 능숙하게 다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엄습한다. 초등학생도 한다는 ‘바이브 코딩’을 이번 주말에라도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일상에서 내가 사용하는 AI의 기능은 매우 한정적이다. 검색과 정리 기능만으로도 업무의 상당 부분을 덜어내며 묘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처지다. 그럼에도 업무 효율이 수배로 좋아졌다는 개발자들의 소식은, 내 일이 그런 구조로 변환 가능한지조차 판단하지 못한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가끔 기획서를 작성하다 빈 도화지 같은 칸들을 마주하기 힘겨워 AI를 켜본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두서없이 쏟아내면, AI는 그것들을 단정한 목록으로 세분화하여 내놓는다. 하지만 그 단정한 문장들을 마주하면 오히려 마음의 바람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간결하게 정돈된 문장들이 머릿속에 머물지 못하고 바닥으로 튕겨 나간다. ‘도구의 힘을 빌리고 싶다’는 마음과 ‘그래도 내 기획서는 내 언어로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충돌하다, 결국 AI가 써준 글들을 모두 지워버린다.

새로운 기술에 발을 담가보려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유행하는 툴을 다운로드하고 재미를 붙이려 할 때쯤 결제 팝업창이 뜨면, 나는 잠시 고민하다 컴퓨터를 끈다. 아주 작은 기능에도 눈을 반짝이며 덤벼들었던 과거의 나와 달리, 지금의 기술들은 왜인지 나와 멀다는 감각을 떨쳐낼 수 없다. 어쩌면 멀어지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내가 직접 만지고 다듬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재료를 다듬다 흩날리는 먼지를 들이마시는 시간, 무엇인가 경화되기를 기다리며 잠시 허리를 펴고 작업실을 두리번거리는 찰나. 내 안에서 꼬여버린 작업들과 달리, AI는 무엇이든 풀 수 있다는 듯 양팔을 벌려 나를 기다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누군가 양팔 벌려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가 본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 본다. 

디지털이 미술계를 장악했을 때도 예술가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었다. NFT가 화두였고 가상현실(VR·AR)을 생활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넘쳐났지만, 정작 작업을 하는 나에게 그것들은 내가 즐기는 예술과 좀처럼 어우러지지 않았다. AI는 조금 다를까. 인류의 혁명이라 불리는 이 기술이 무엇을 얼마나 발전시킬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 예술이라는 분야가 쉽게 흔들릴 거라 생각지는 않지만, 이 거대한 흐름을 나라는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여전히 미지로 남아 있다. 

종로에 있던 프렌차이즈 버거집에서 키오스크가 없어 당황해하던 어느 날이 떠오른다. AI고 기술이고 편리한 미래고 뭐가 어찌 되었든, 나는 그저 새로움이라는 변화 자체에 당황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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