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300선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시선이 새로운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책 기대감과 반도체 업황 개선이 지수를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환율이 다음 상승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3~4월을 기점으로 원화 강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수급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 중반까지 내려오며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1410원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간 주식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는 동안에도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 흐름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뒤늦은 원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환율 하락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으로 작용해 증시에는 추가 상승 재료가 된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 차 축소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반면, 국내 금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이며 격차 축소 기대를 키우고 있다.
‘육천피’ 이후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여기에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가 겹치면서 해외 자금 유입 가능성도 부각된다. 실제 편입이 확정될 경우 수십조 원 규모의 글로벌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는 환율 하락 압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 완화 역시 달러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상호관세 조치가 법적 제약을 받을 경우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달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원화에는 강세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부담이 줄어들어 국내 주식 매수 유인이 커진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개인과 금융투자 주체의 매수가 두드러졌다. 특히 ETF를 중심으로 한 개인 자금 유입이 눈에 띄었다. 정책 기대와 연초 강세 흐름이 맞물리면서 ‘올해는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외국인은 그간 순매도 기조를 이어왔다. 환율이 본격적으로 하락 국면에 들어설 경우,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완화되거나 순매수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또 다른 변수로는 국내 시장 복귀를 지원하는 계좌 제도 도입 기대가 거론된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던 자금 일부가 국내 증시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개인 ETF 매수세와 맞물려 수급 구조가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정책, 반도체 실적 개선, 그리고 환율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지수의 추가 레벨업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물론 단기 변동성 가능성도 상존한다. 글로벌 경기 지표, 미국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언제든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변수다. 그러나 최근 환율 흐름이 의미 있는 방향 전환 신호로 이어질 경우, 그동안 주가 상승에도 동행하지 못했던 원화가 뒤늦게 강세를 보이며 외국인 자금 유입을 자극하는 ‘환율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책과 반도체가 ‘육천피’를 만들었다면, 다음 단계는 환율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시장 일각에서는 “육천피는 출발점일 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3~4월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증시의 새로운 방향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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