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가 1천1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에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에 인수되기로 합의했다. 수개월간 이어진 넷플릭스와의 3파전 끝에 파라마운트가 최종 승자가 됐다.
이번 인수는 스트리밍 경쟁 심화와 전통 방송 수익 감소 속에서 미디어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흐름을 상징하는 대형 거래로 평가된다. 정치권과 극장 업계에서는 대형 스튜디오 결합이 소비자 선택권 축소와 가격 인상, 극장 개봉 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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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 넷플릭스에 28억달러 지급…인수전 마침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의 주당 31달러 인수 제안을 넷플릭스(주당 27.75달러)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는 계약상 제안을 맞출 권리가 있었지만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에 28억달러의 해지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및 HBO맥스 인수를 추진하다 철회하면서 발생한 비용이다.
파라마운트는 규제 승인 실패 시 부담할 해지 수수료 상한을 70억달러로 상향하는 등 조건을 강화해 이사회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과도한 가격 경쟁과 장기 규제 리스크를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주가가 두 자릿수 상승했고, 파라마운트 주가도 20% 넘게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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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창업자 아들’ 엘리슨, 정치·자금력 총동원
이번 인수전의 중심에는 파라마운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엘리슨이 있었다. 그는 정보기술 기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로,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통해 ‘탑건: 매버릭’ 등 흥행작을 제작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넓혀온 40대 경영자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엘리슨 일가는 세계 최대급 엔터테인먼트 제국의 소유주로 올라서게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엘리슨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정치·규제 환경을 겨냥한 전략을 구사했다. 워너브러더스가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와 계약을 발표하자 곧바로 공개매수에 나서며 주주들에게 “경제적 가치와 규제 확실성 측면에서 우월한 제안”이라고 직접 호소했다.
그는 워싱턴을 수차례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백악관 참모,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했다. 법무부와 주(州) 법무장관들을 만나 넷플릭스 인수가 스트리밍 시장 독점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정부 관계자와 극장 업계 인사들을 만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 법사위원회는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가 고용과 경쟁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일부 주 법무장관들은 법무부에 소송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화 제작자와 극장업계, 노조 역시 넷플릭스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워너브러더스 주요 주주들 사이에서도 넷플릭스 거래가 장기간 규제 심사에 묶일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됐다. 넷플릭스 안이 TV 네트워크 사업을 분리하는 구조였던 반면, 파라마운트는 회사 전체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점도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파라마운트는 수차례 인수가를 높였고, 조건을 보완하며 막판 협상에서 승기를 잡았다. 블룸버그는 엘리슨이 부친의 재정적 지원을 배경으로 대규모 차입을 감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고 전했다.
◇부채 290억달러 포함…초대형 스튜디오 탄생
이번 거래에는 약 290억달러의 부채가 포함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의 영화 스튜디오, HBO, CBS, 다수 케이블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초대형 미디어 그룹이 출범한다.
파라마운트는 ‘판타스틱 비스트’, ‘매트릭스’ 등 워너브러더스의 핵심 지식재산(IP)을 확보하게 된다. HBO맥스와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통합될 경우 스트리밍 경쟁력도 강화돼 업계 1위 넷플릭스와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향후 수년간 대규모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연합(EU) 반독점 승인은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주 차원의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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