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현정 기자 | 밸류업 정책 확산 속에 유통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나서면서 오너 일가의 배당 수령액이 200억원 안팎까지 불어났다. 표면적으로는 주주환원 강화지만, 높은 최대주주 지분율 구조상 배당 증가의 상당 부분이 오너 몫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정책 취지와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당 늘어도…지배주주로 쏠리는 현금 흐름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전형적인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계열사가 배당을 확대하면 지주사의 현금 유입이 늘어 곧 지배주주의 배당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상장 계열사에서 297억4000여만원의 배당금을 받을 예정이다.
롯데지주가 보통주 주당 배당금을 1250원으로 4.2% 상향하면서 신 회장의 지주사 배당 수령액도 172억1000여만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롯데쇼핑(115억7000만원), 롯데웰푸드(6억원), 롯데칠성음료(3억6000만원)를 합치면 전체 배당금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지주사 배당 확대 효과가 뚜렷하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구조에서 배당이 늘어나면 오너의 현금 흐름이 직접 확대된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 배당을 합산해 약 194억4000여만원을 받을 전망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연간 배당금을 주당 210원에서 300원으로 42.9% 늘렸다. 약 40% 지분을 보유한 정 회장의 배당 수익도 그만큼 확대되는 구조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단일 순수지주사 체제라기보다는 신세계와 이마트를 양 축으로 한 혼합 구조다. 남매 분리 경영 체제로 지주사 증폭 효과보다는 각 상장사의 배당 정책이 오너 배당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지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신세계가 주당 배당금을 4500원에서 5200원으로 15.6% 인상하면서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널 배당을 합쳐 총 167억8000여만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103억8000만원) 대비 6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마트 배당 확대에 따라 199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전망이다. 보유 주식 수는 전년과 동일하지만, 주당 배당금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25% 증가해서다.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다만 지주사 중심 기업의 경우 계열사 배당 확대가 지배주주의 현금 흐름 증가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본 배분 균형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 강화가 긍정적 신호인 것은 맞지만, 지배구조상 대주주의 배당 수령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향후 자본 배분의 균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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