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는 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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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자들의 이야기

문화매거진 2026-02-28 01:48:19 신고

▲ 2월 어느날 여행지에서 촬영한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 2월 어느날 여행지에서 촬영한 이미지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훌쩍 다른 도시로 떠났다. 일행과 함께했기에 적막한 도시가 아주 외롭지는 않았으나, 지금 와서 떠올려보니 홀로였다면 아마 처음 읽는 ‘인간실격’만큼이나 우울하고 침잠하는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역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세상은 온통 갈대와 잡초로 가득했다. 그것들은 황금이 되지못한듯 메마른 빛깔로 비틀어져, 세상의 건조함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었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거리에는 사람 대신 차들만이 돌아다녔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간혹 마주치는 가게에는 사람 한 명과 고양이 한 마리뿐, 길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았다. 색색으로 칠해진 담벼락과 함께 누군가 살고 있다는 증거를 어지러운 잡동사니 대신 가지런히 정리된 물건들로 대신하고 있었다. 마치 숨을 죽인 채 잠들어 있는 것처럼, 도시는 조용했다.

조용한 도시는 낮게 흘러가고 있었다. 높게 높게만 올리던 아파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올리던 나의 근육들은 잠시 쉴 수 있었다. 낮은 건물들은 그 사이로 또 다른 건물을 그리고 또 다른 땅을 보이게 했다. 그러다가 건물은 땅이 되고 땅은 낮아지며 물과 이어졌다. 그 사이 사이로 조금 높게 해바라기 대신 태양광 발전기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논과 산으로 덮인 곳은 또 다른 방식으로 나와는 멀어지고 있었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도시는 걷는 자에게 친절하지 못했다. 버스를 타고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간 그곳에서 나는 정겨움 대신 삭막함을 발견하고 묘한 기쁨을 느꼈다. 그곳에도 희망이 없다는 사실에서 오히려 위안을 얻으며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 도시를 헤맸다. 모든 것이 숨어 있는 듯 멀게만 느껴졌지만, 반복되는 도시의 풍경은 나를 끝없는 ‘천국의 산책’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길을 걸으며 문득, 수도권에서는 잎 하나 없는 나무를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하얀 도화지처럼 흐릿한 하늘과 잎을 모두 떨궈버린 거친 나무의 실루엣을 좋아한다. 그 풍경은 추운 계절을 비로소 이해하게 한다. 들뜬 마음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추운 가을과 겨울의 공기 속에서 각자가 자신에게 움츠려 들며 고유한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삭막함. 그 삭막함이 나는 옳다고 생각한다.

도시를 벗어나는 일은 들어오는 것의 배로 고단했다. 버스 번호 옆에 당연하게 적힌 ‘배차간격 하루 2회’라는 문구는, 이곳이 걷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 아님을 고집스럽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 삭막하고도 아름다운 길을 이방인인 나 말고는 아무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가 사랑하는 길은 매끄러운 콘크리트 도로보다는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드넓게 펼쳐진 삭막한 평야일지도 모른다. 그 메마른 공간에서 안도감을 느끼며, 작은 무당벌레 한 마리에게 시선을 빼앗기길 선호하는 어리석은 사람. 나는 기꺼이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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