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인간 예술가의 역할 변화① 감정을 느끼는 존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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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칼럼] 인간 예술가의 역할 변화① 감정을 느끼는 존재의 가치

문화매거진 2026-02-28 01:34:03 신고

▲ 인간 예술가의 역할 변화, 감정을 느끼는 존재의 가치 CHAT GPT 생성 이미지
▲ 인간 예술가의 역할 변화, 감정을 느끼는 존재의 가치 CHAT GPT 생성 이미지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소설을 쓰는 시대에 인간 예술가는 무엇을 하게 될까. 이 질문은 단순히 직업적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창작이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인간 예술가의 고유성은 어디에 남게 되는가. 기술이 형식을 생산하고, 알고리즘이 감정처럼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환경 속에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는가. 이 질문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하지만, 동시에 예술을 다시 정의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통적으로 예술가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로 이해되어 왔다. 고통과 환희, 분노와 사랑을 형식 속에 담아내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예술은 개인의 내면을 외부 세계로 번역하는 행위였으며, 창작자는 그 번역의 주체였다. 그러나 AI는 감정을 경험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을 생산한다. 수많은 인간의 창작 데이터를 학습해 감정의 구조를 재현하고, 일정한 조건에서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형식을 만들어낸다. 이 상황에서 인간 예술가의 역할은 단순한 생산자로 머물 수 없다. 형식의 생산이라는 영역은 더 이상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간 예술가는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다시 부각하게 된다. 감정은 데이터로 환원될 수 있지만, 경험 자체는 환원되지 않는다. 인간은 시간 속에서 상처를 겪고, 관계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며, 기억을 통해 감정을 축적한다. 같은 슬픔이라도 그것이 발생한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를 지닌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삶의 궤적이다. 인간 예술가의 작품은 이 궤적의 흔적을 담는다. 그것은 형식 이전에 존재하는 체험의 층위이며, 계산으로 환산되지 않는 밀도다.

AI가 예술의 구조를 생산한다면, 인간은 그 구조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창작의 중심이 표현에서 기획과 해석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인간 예술가는 더 이상 모든 요소를 직접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고, 그 선택에 맥락을 부여하는 존재가 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활용이 아니라, 창작의 방향성을 설계하는 역할이다. 감정의 맥락을 읽고,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며, 표현이 놓일 자리를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는 창작자의 위상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은 윤리적 책임과도 연결된다. AI는 감정을 재현할 수 있지만, 감정의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동시에 상처에 대해 반성하지도 않는다. 인간 예술가는 자신의 표현이 사회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한다. 감정을 다루는 행위에는 언제나 관계가 포함된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표현은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 관계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그 영향에 대해 사유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책임을 인식하는 능력은 감정을 경험하는 존재에게서 비롯된다.

AI 시대의 창작 환경은 인간 예술가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인간의 감성적·윤리적 역할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기술은 형식의 생산을 가속화하지만, 의미의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이 놓일 자리를 고민하며, 표현이 사회적 맥락 속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상상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제작을 넘어 사유의 영역이다.

결국 AI 시대의 인간 예술가는 생산자에서 해석자이자 조율자로 이동한다.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은 단순한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예술의 의미를 형성하는 근본 조건이 된다. 창작은 더 이상 감정의 독점이 아니라, 감정을 둘러싼 관계와 책임을 구성하는 과정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인간 예술가는 기술과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낸 가능성에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삶을 경험하고 감정을 견디는 인간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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