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부채가 348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의 국방비 확대와 인공지능(AI) 투자 증가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채무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2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정부·기업·가계 부채 총액이 전년보다 28조8000억 달러 증가한 348조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화로 약 49경5700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채 증가에는 각국 정부의 국방 지출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방위력 강화를 위한 재정 투입이 늘었고, 동시에 기술 기업들은 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 이 같은 공공·민간 부문의 차입 확대가 전체 부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IIF는 국방비 증가, 금리 인하, 금융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몇 년간 부채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2035년까지 18%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회원국들에 국방비를 GDP의 5% 수준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해 왔다. 미국 역시 2027년까지 국방비를 1조5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정책 기조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IIF는 또한 중국,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 주요 신흥 경제국 정부의 부채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 속에서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 세계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약 308%로, 5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비율 조정 효과로 풀이된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국가나 경제 주체의 채무 이행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채 비율 하락이 민간 부문의 부담 감소에 따른 결과일 뿐, 정부 부채 비중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웬티포 자산운용의 고든 섀넌 펀드매니저는 “AI 관련 기업들의 채권 발행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실제로 공급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라며 “이번 통계는 그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말했다.
안보와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부채의 질적 구조와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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