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미래기술 씨앗을 심는다. 피지컬 AI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내 혁신 거점으로 새만금을 낙점하고, 로봇·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현대차는 27일 전라북도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정부·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전북 새만금 지역 112만4000㎡(약 34만 평) 부지에 올해부터 로봇·AI·수소 에너지, 태양광 발전, AI 수소 도시 등에 9조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한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 산업 생태계 혁신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의 이번 투자는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125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중장기 투자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다. 자동차 제조기업을 넘어 로보틱스·데이터·에너지를 통합하는 산업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는 첫 발걸음인 셈이다.
현대차는 새만금에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등 차세대 제조 기반 시설, 수전해 플랜트·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새만금개발청과 체결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 도입 및 AI 기반 스마트시티 구축 업무협약’에 따라 모빌리티 연결망 구상과 탄소중립 시범 실증 사업 등 AI 수소 도시 구현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가 가장 공을 들이는 건 5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AI 데이터센터다. 단계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급 연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개발,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저장하고,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조·물류·판매 과정에서 확보해 현장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든다.
로봇 제조 공장은 4000억원을 들여 연 3만대 생산 규모로 조성한다. 로봇 완성품 제조·파운드리 공장·부품 단지로 구성된다. 그룹의 제조 솔루션과 무인운반차(AGV)·자율주행 물류 로봇(AMR) 등 스마트 물류를 도입한다.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중소 자동차 부품 협력사를 도와 모터·센서 등 핵심 부품의 대외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수소 인프라도 새만금 투자의 큰 축이다. 우선 풍력·태양광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200MW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에 1조원을 투입한다. 생산된 청정 수소는 다양한 모빌리티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를 뒷받침할 태양광 발전 시설도 2035년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다.
현대차는 수소차 판매를 넘어 수소 생태계 시대로의 전환을 이끄는 ‘토탈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충전까지 전 주기 솔루션 공급이 목표다. 현대차는 수소 경제 조기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새만금을 포함해 향후 국내에 총 1GW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7년 새만금 혁신거점의 첫 삽을 뜨고, 2029년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을 완공하는 로드맵을 세웠다. 이번 투자로 약 16조원의 경제효과와 7만1000명 수준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날 MOU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 장재훈 부회장 등 임직원이 함께했다.
축사에 나선 이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호남권 전체의 경제 지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며 “기업의 과감한 결단에 정부는 더 과감한 지원으로 화답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규제와 행정 지원의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지역으로 옮겨온 기업과 임직원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정주 여건을 세심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개척정신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피지컬 AI를 선도할 대규모 로봇 제조 공장과 부품 클러스터, AI 데이터센터가 새만금에 들어선다”며 “정부를 믿고 대결단을 해준 현대차에 감사드리고, 정주영 회장께서 자랑스러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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