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당 태워 차 출고합니다”···출혈 경쟁에 매달리는 수입차 딜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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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당 태워 차 출고합니다”···출혈 경쟁에 매달리는 수입차 딜러들

이뉴스투데이 2026-02-27 18:00:00 신고

더 뉴 아우디 A6 e-트론. [사진=아우디코리아]
더 뉴 아우디 A6 e-트론. [사진=아우디코리아]

[이뉴스투데이 김경현 기자] 수입차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할인'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은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고, 수입차 업계는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 당연시되는 할인은 브랜드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 적게는 0%대에서 최대 20%에 이르는 고무줄 할인이 계속되면서 영업사원과 딜러사, 그리고 고객들이 연쇄 피해를 입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고 소진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입차 특유의 기형적인 유통 구조와 ‘비정규직’ 위주 영업사원들의 치열한 생존 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자동차 정보 플랫폼 겟차와 수입차 딜러사 등에 따르면, 판매량 반등이 절실한 아우디는 일부 모델에 대해 최대 18.9%라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내걸었으며, 링컨(최대 18.6%)과 지프(최대 17.3%), 폭스바겐(최대 16%) 역시 특정 차종에 한해 차값의 20%에 육박하는 프로모션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최대 11%)와 BMW(최대 10%)도 치열한 1위 다툼 속에서 주력 모델들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원-프라이스 정책을 고수하며 할인보다 브랜드 가치 방어에 중점을 두는 브랜드의 행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볼보자동차의 할인율은 전 차종 최대 0.3% 수준에 불과하며, 토요타 역시 0.2% 수준으로 사실상 정찰제로 판매되고 있다. 렉서스(최대 5.2%)와 랜드로버(최대 3.6%), 푸조(최대 3.2%), 캐딜락(최대 2.7%) 등도 한 자릿수의 낮은 할인율을 유지하며 무리한 볼륨 확대보다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디 올 뉴 일렉트릭 CLA. [사진=벤츠코리아]
디 올 뉴 일렉트릭 CLA. [사진=벤츠코리아]

이처럼 일부 수입차 딜러사들이 출혈 경쟁을 불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통 구조의 특수성에 있다. 수입차의 유통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수입사(한국법인)로부터 차량을 도매로 매입해 딜러사가 고객에게 판매하는 ‘홀세일(Wholesale)’ 구조와, 토요타나 스텔란티스처럼 수입사가 직접 재고를 관리하며 직판으로 유통하는 구조다.

홀세일을 하는 브랜드의 경우, 수입사와 딜러사 간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타겟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이 막대한 인센티브가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딜러사의 판매 마진 손실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목표 대수를 맞추기 위해 맹목적인 할인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보너스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영업사원 입장에서도 자신의 판매 수당(마진)을 전부 고객 할인에 쏟아붓는 '마이너스 판매'를 감행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센티브 구조가 끝없는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셈이다.

일선 영업사원(딜러)들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척박한 급여 구조도 ‘제 살 깎아먹기’식 할인을 가속화한다. 통상 수입차 영업사원의 기본급은 월 150만~200만원 남짓에 불과하며, 기본급조차 아예 없는 ‘위촉계약직’ 형태로 판매 인센티브에만 생계를 의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본급을 받는 딜러들은 자신의 수입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마진을 포기하고, 기본급이 없는 계약직들은 인센티브라도 받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차를 밀어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현재 진행 중인 딜러사들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이러한 고용 불안정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모터원 파주전시장은 계약직 형태로, 푸조 분당전시장은 6개월 계약직(추후 전환 검토)으로 영업사원을 모집 중이다. KCC오토모빌 재규어랜드로버 역시 2년 계약직 후 전환 검토를 내걸었고, BMW 미니(MINI) 또한 정규직과 계약직, 인턴을 섞어 채용하고 있다. 반면, 할인이 거의 없는 볼보(아주오토리움 일산전시장) 등 일부만이 정규직 채용을 명시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마진율에 목을 매다 보니, 딜러사 입장에서는 차를 잘 파는 핵심 인력의 ‘맨파워’가 곧 기업의 실적이다. 높은 실적을 올리는 ‘스타 영업사원’을 모시기 위해 수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지급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다.

또한 차량 단가가 높아 마진이 큰 럭셔리 브랜드는 아예 검증된 인력만 핀셋 채용한다. 일례로 람보르기니 공식 딜러인 이탈리아오토모빌리는 수입차 영업 경력 3년 이상의 검증된 베테랑만 뽑고 있다.

[사진=BMW코리아]
[사진=BMW코리아]

상위 1%의 스타 딜러나 하이엔드 브랜드로 넘어가지 못한 대다수의 평범한 딜러들은 업계에서 버티기 위해 출혈 경쟁에 매달려야 한다. 당장 차를 팔아 대수는 채웠을지 몰라도, 수당을 고객 할인에 다 태워버려 결국 ‘앞으로 벌어서 뒤로 밑지는’ 현상이 매번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볼륨 밀어내기식 할인은 단기적으로 판매 숫자를 펌핑하는 데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월별, 주별, 심지어 전시장별로 달라지는 고무줄 할인은 장기적으로 수입차의 핵심인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악재로 작용한다.

딜러사가 고객의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케어하기보다, 다른 전시장이나 타 영업사원보다 단돈 10만 원이라도 더 싸게 팔아 목표 대수를 채우는 데 매몰된다면 고객은 결국 브랜드를 떠나게 된다.

특히 제값을 주고 산 기존 오너들에게는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며, 중고차 시장에서의 잔존가치 폭락으로 이어져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라는 최악의 악순환을 낳게 될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딜러들이 마진을 태우면서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건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와 수당 구조 때문이다”며 “당장의 판매 숫자를 올리는 데는 좋겠지만, 단돈 10만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 떠돌게 만드는 현재 상황은 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의 이탈과 브랜드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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