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연극 '헤르츠클란'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초연과 재연을 통해 서사와 연출의 균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던 이 공연은 약 2년의 공백을 지나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성장 서사를 중심으로 인간의 내면과 상처,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변화의 과정을 무대 언어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묵직한 정서를 전달해 왔다. 이번 공연은 기존 캐스트와 새로운 배우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작품의 정서적 결을 더욱 확장할 전망이다.
작품의 근간에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 성장소설 '데미안'이 자리한다. 원작이 지닌 철학적 사유와 청춘의 내면적 갈등을 공연예술의 언어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원작의 서사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인간의 내면에서 울리는 목소리와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며 무대적 상상력을 더한다.
제목인 ‘헤르츠클란(Herzklang)’은 독일어 ‘마음’을 뜻하는 헤르츠(Herz)와 ‘소리’를 의미하는 클란(Klang)의 결합어다. 이 단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작동한다. 인물들이 스스로의 내면을 인식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곧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경험으로 연결된다. 작품은 외부 세계의 규율과 개인의 내면이 충돌하는 순간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무대는 엄격한 규율로 운영되는 신학교 ‘헤일리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과거의 괴롭힘으로 깊은 상처를 지닌 학생 싱클레어는 친구 크나우어와 함께 수습교사 데미안이 만든 특별활동반 ‘캄프’에 참여한다. 이 공간은 교육의 장이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기억이 드러나는 심리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인물들은 서로의 경험을 마주하며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내면의 균열과 변화가 드러난다.
극의 중심에는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내면을 흔드는 촉매적 존재로 등장한다. 인물들이 기존의 규율과 가치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며,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이끄는 축이 된다. 데미안의 존재는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짓는 동시에 싱클레어의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이번 시즌 캐스팅은 작품의 감정선에 다양한 색을 더한다. 데미안 역에는 김도빈과 함께 최호승, 한상훈, 심수호가 참여한다. 서로 다른 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들이 같은 인물을 각기 다른 해석으로 구현하며 캐릭터의 층위를 확장한다. 특히 초연과 재연에서 싱클레어를 연기했던 최호승이 이번 시즌에서는 데미안으로 변신하며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싱클레어 역에는 정재환, 김기택, 박준형, 정지우가 캐스팅됐다. 인물의 상처와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역할인 만큼 배우들의 해석과 감정선이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서로 다른 개성과 연기 스타일을 가진 배우들이 참여하면서 동일한 서사 안에서도 다양한 감정의 결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싱클레어의 친구 크나우어 역에는 홍준기, 김서환, 최찬웅, 송정훈이 참여한다. 이 인물은 극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내면을 지닌 존재로 그려지며 싱클레어의 감정 변화를 함께 경험하는 인물이다. 작품 속 관계의 균형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야기의 정서를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신학교의 문제아 알폰스 벡 역에는 안창용, 이주훈, 이예준, 홍순기가 출연한다. 이 인물은 극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학교라는 공간의 억압적 분위기를 드러내는 역할을 맡는다. 인물의 거칠고 불안정한 면모는 이야기 전반에 긴장과 균열을 만들어내며 서사의 밀도를 높인다.
연출적 측면에서도 작품은 내면의 움직임을 시각적 요소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음악과 조명, 무대 공간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심리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인물들의 대사와 움직임은 서사를 전달하는 동시에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사회적 배경 또한 작품의 의미를 확장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20세기 중반,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고 세계가 이념적 대립 속에 놓였던 시대를 배경으로, 작품은 개인과 체제, 규율과 자유 사이의 긴장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신학교라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 성장하는 청춘의 이야기는 당시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자유 사이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시대적 맥락 속 인간 존재와 자기 발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을 무대 위에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상처와 불안,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변화의 과정을 통해 성장의 서사를 구축한다. 인물들의 감정선은 극 전반을 관통하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정서적 울림을 전달한다.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헤르츠클란'은 기존 작품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배우들의 해석을 통해 또 다른 결의 무대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축적된 공연 경험과 새로운 캐스트의 조합이 더해지며 작품의 서사는 한층 입체적인 모습으로 관객 앞에 펼쳐질 예정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