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법왜곡죄 통과 후폭풍…법조계 반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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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논란’ 법왜곡죄 통과 후폭풍…법조계 반발 여전

투데이신문 2026-02-27 16:45: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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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형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6인, 재석 170인, 찬성163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가결처리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형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6인, 재석 170인, 찬성163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가결처리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판사나 검사가 재판에서 사실을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할 시 처벌하는 이른바 ‘법왜곡죄’(형법 개정안)가 국회 본회의에서 범여권 주도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위헌 우려를 의식해 본회의 통과 전 일부 수정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처벌 범위가 광범위해 판사·검사·경찰에 대한 고소·고발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법원행정처장 직책 사퇴 뜻을 밝혔다.

그동안 대법원은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해 정치권에 강한 우려를 표명해 온 바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주도로 법안이 통과 절차를 이어가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는 전날 법왜곡죄 도입이 골자인 형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법왜곡죄는 이재명 정부에서 당정이 추진한 ‘사법개혁 3법’ 가운데 하나다.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법령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판사와 검사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 처분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회 본회의 당시 법왜곡죄는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3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여당에서는 곽상언 의원이 반대표를 냈다. 법왜곡죄 도입을 주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추미애 위장과 김용민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법왜곡죄가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사법개혁 작업이 중대한 분수령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위헌 소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법왜곡죄의 적용 대상을 형사소송으로 한정하고 민사·행정소송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마련했다. 또 법 왜곡 행위를 규정한 조항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반영해 구성요건을 보다 구체화하고 쟁점이 됐던 표현은 손질하거나 삭제했다.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의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라는 내용은 ‘법령의 적용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수정했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내용도 포함했으며 처벌 대상에서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삭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왜곡죄 신설을 통해 법관과 검사가 자의적으로 법리를 해석·적용하는 행위를 제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별 판결이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제도적 장치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개최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개최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안 초기부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왜곡죄의 처벌 조항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할뿐더러 판·검사에 대한 겁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주장이다.

법왜곡죄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부여하거나 권익을 침해할 목적’을 요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재판은 본질적으로 어느 한쪽에 유리한 판단이 내려지면 다른 쪽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단순히 결과적으로 이익이나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도 고의적 법 왜곡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도 나온다. 법관이 형사책임에 대한 부담을 의식해 기존 판례를 답습하는 ‘안전한 판단’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법원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표명된 바 있다. 지난 25일 개최된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들은 “법왜곡죄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고 처벌 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당론과 달리 반대표를 낸 곽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형사사건에서의 ‘법률 해석의 적법성’을 최종적으로 법왜곡죄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맡겨두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꼬집었다.

곽 의원은 특히 공소청법·중수청법 등 수사권 조정 입법과 맞물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수사·기소가 완전히 분리돼 수사권이 경찰이나 별도의 수사청으로 이관되는 상황에서 법왜곡죄까지 시행될 경우 해당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이 검사의 기소 판단과 법관의 재판 결정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사실상 들여다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곽 의원은 “경찰이 검사의 기소권 행사가 정당했는지 판단하고 법관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했는지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며 “헌법재판소 재판 기능 역시 ‘법을 왜곡했다’는 고발을 고리로 개입·통제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통과된 법왜곡죄를 시작으로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남은 사법개혁 법안들도 차례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왜곡죄 관련 조항은 법안이 공포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됐다. 헌법 제53조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된 뒤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해야 하는 만큼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는 두 법안은 이르면 3월 중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법왜곡죄가 도입되면서 형사사법 권한 행사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가 처음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은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점차 정립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법령의 ‘고의적 왜곡’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허용되는 법 해석의 범주에 속하는지 이 경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앞으로 이 조항의 실효성과 파급력을 좌우할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명예교수는 “법왜곡죄 도입 논의는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의혹 이후 본격화됐으나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 등으로 입법화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해외에서도 독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유사한 입법 사례가 많지 않고 도입 국가에서도 실제 적용 사례는 드문 편이어서 제도 설계 단계부터 충돌 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이어 “수정안 또한 구성요건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점에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고 특히 가장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 형사소송으로 한정한 부분이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며 “이 같은 쟁점들로 인해 법왜곡죄 시행 이후 사법부가 상당한 혼란과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제도의 안착 여부는 향후 정부의 책임 있는 운영과 보완 입법, 명확한 해석 기준 제시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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