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도시의 일상을 살다 보면 문득 숨을 고르고 싶을 때가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낙산공원은 그런 순간에 조용한 휴식을 건네는 곳이다. 가파른 계단을 지나 성곽길에 들어서면, 오래된 성벽과 오늘의 도시가 한 화면에 겹쳐지는 풍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걷는 속도를 조금만 늦춰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다.
한양도성길 야경 / 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낙산은 산의 모습이 낙타의 등처럼 솟아올랐다고 하여 ‘낙타산’이라 불렸고, 조선 시대 궁궐에 우유를 공급하던 왕실 목장이 인근에 있었다는 이야기로 ‘타락산’이라는 별칭도 전해진다. 196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갈 위기도 겪었지만, 서울시의 복원 사업을 거쳐 2002년 7월 지금의 공원으로 다시 조성됐다. 현재는 빽빽한 건물 사이에서 성곽과 숲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도심 속에서 비교적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책 명소로 자리 잡았다.
낙산공원의 매력은 해가 지기 시작할 때 더욱 또렷해진다. 성곽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켜지면, 서울 도심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낮과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 경관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으로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작품 속에서 루미와 진우가 대화를 나누며 걷던 성곽길은, 실제로도 성벽 너머로 이어지는 불빛과 함께 감성적인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조용히 걷다 보면 서울의 밤이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서울 낙산공원 / 연합뉴스
산책 코스는 취향과 체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대학로 쪽에서 출발해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는 길도 있고, 동대문 흥인지문 인근에서 성곽 외벽을 따라 걷는 코스도 인기가 많다. 정상 부근을 지나 내려오면 이화동 벽화마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볼거리를 더한다. 공원 주변에는 개성 있는 개인 카페들도 모여 있어, 산책 후 잠시 쉬어 가기 좋다. 창밖으로 성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차 한 잔을 곁들이면, 같은 공간이 또 다른 방식으로 느껴진다.
공원 초입에 있는 낙산전시관에서는 낙산의 유래와 역사적 인물, 한양도성의 변천사를 사진과 모형으로 소개해 산책 전후로 들러볼 만하다. 중앙광장에는 잠시 머물 수 있는 매점과 무대가 마련돼 있고, 광장 한쪽의 낙산정에 오르면 남산타워를 포함한 서울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주말에는 낙산과 한양도성을 주제로 한 공원 이용 프로그램이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낙산공원은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공공 공원으로 연중무휴 24시간 상시 개방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낙산전시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주차 시설이 있긴 하지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가능하면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된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공원 입구에 닿는다. 성곽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이 시간은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담백하고 확실한 휴식이 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