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성남문화재단(대표 윤정국)은 2026 성남작가조명전의 첫 번째 전시로 이만나 개인전 ‘헤테로토피아: 신화가 된 회화’를 2월 27일부터 4월 26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성남작가조명전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중견·원로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올해 첫 문을 여는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약 30여 년간 구상 회화에 천착해 온 이만나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망한다.
제목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는 일상적 공간 안에서 문득 낯설고 이질적인 감각을 경험하는 순간을 뜻한다. 작가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담쟁이, 벽, 골목 같은 주변부의 사물과 장소에 주목한다.
익숙하다고 여겼던 풍경은 특정한 순간 낯설게 인식되고, 화면 속에서 새로운 중심을 차지한다.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벽면,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골목길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깊이 있는 풍경’으로 재구성된다. 이는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구상이 아닌, 체험과 기억, 감각이 스며든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을 제시한다.
작가의 화면 특징은 ‘글레이징(Glazing)’ 기법이다. 묽게 희석한 유화 물감을 여러 겹 덧칠하는 방식으로, 반복적인 붓질과 충분한 건조 과정을 거쳐 화면을 완성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법을 넘어 회화적 노동의 축적을 드러내는 행위다. 얇은 층들이 겹겹이 쌓이며 화면에 깊이를 부여하고,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환기한다. 작가가 천착해 온 회화의 물성과 조형 언어는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 환경 속에서도 전통 매체가 지닌 가능성을 재확인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길가’, ‘가변 풍경’, ‘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 등 대표 연작과 함께 ‘성’, ‘벽’, ‘모퉁이’ 시리즈가 소개된다. 더불어 독일 유학 이전의 초기작도 함께 선보여, 작가의 예술적 궤적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원화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도 회화의 화면 구성과 물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온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과 예술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미술관 Art Talk’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내달 21일에는 이만나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며, 4월 4일에는 미술사학자 이화진 교수와 함께 작가의 작업 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술 사조를 살펴보는 특강이 열린다. 또 큐레이터가 직접 해설하는 전시 투어가 3월 19일과 4월 16일 두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 신청은 성남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차적으로 안내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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