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란에 대한 군 공격까지 고려했던 미 트럼프 정부의 선택지가 외교적 해결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된 3차 핵 협상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상이 "가장 진지하고 길었던" 회담이었으며, 양측이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참석해 기술적 논의에 도움이 됐다면서, 양측이 일부 분야에서 합의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어 기술적 협상팀이 다음달 2일부터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측이 제재 해제 분야와 관련해서도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재자 역할을 해왔던 바드르 빈 하마드 알 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으며 다음주 비엔나에서 기술 사안 관련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핵 협상 타결에 대한 돌파구도, 미국의 군사 공격을 촉발할 만한 외교적 결렬도 없었다"라고 평가하며 "협상 내용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란은 미국 협상단에 핵 프로그램 관련 양보 의사를 담은 서면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아라그치 장관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은 수요일(25일) 밤, 이전 회담의 중재자였던 알 부사이디(오만 외무장관)에게 서면 제안서를 전달했다"며 이후 다음날인 26일 아라그치 장관이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과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란 관리들은 제안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의 일부를 희석하고 이를 국내에 보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란 당국은 이를 통해 미국이 이란산 석유와 가스, 그리고 항공기 구매와 관련된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으로 당장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미국이 중동 지역에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가장 많은 군사력을 배치하면서 이란에 대한 공격이 실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 방송 CNN은 26일 "(이란 인근 중동 지역에) 미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대응 선택지는 넓어 보였지만,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라며 트럼프 정부의 군사적 선택지 사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려 애쓰고 있지만, 점차 그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라며 "다음주 비엔나에서 '기술적 차원' 회담을 다시 개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백악관은 재개된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낼지, 아니면 예측 불가능하고 잔혹해질 가능성이 높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택해야 할지 평가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방송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이 가장 큰 규모의 공군력과 해군력을 증강 배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란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전지전능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미국은 외교를 우선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은 명백히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은 "만약 백악관이 핵시설을 폭격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계획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신속하게 그 옵션을 실행하거나 이스라엘에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현재 미 행정부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외교적 해결책이 목표 달성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관측했다.
방송은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 합의가 사찰을 위한 틀과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협상팀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라며 실무적인 차원에서도 외교적 방법의 선택지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군 투입의 위험성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히는 주요한 배경 중 하나다. 방송은 "해당 지역에 파견된 병력은 실질적인 의도와 위협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지만, 수 주간 지속되는 군사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란의) 정권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방송은 "미국은 지상군 전력이 없기 때문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축출하려면, 안보 기반 대부분을 파괴하는 정밀 타격 이후 신속하고 조직적인 민중 봉기가 기적적으로 일어나야 할 것"이라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꿈"이라고 진단했다.
방송은 이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언론에 유출된 정보를 통해 대규모 작전에 필요한 탄약과 자원이 부족하다고 경고해 왔다. 여기에 미 항공모함 정비 필요성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공격을 명령할 경우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이라크식 수렁에 빠뜨리는 행위이며,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무리 강력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으로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군사적 옵션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억지력을 행사하는 것인데, 이 역시 전략적 위험을 수반한다"며 "배치된 전력의 일부만을 사용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감행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역내 미국의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송은 "시간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미 국방부는 이처럼 막대한 전력을 수개월 동안 대기 상태로 유지할 수 없다"라며 "활주로에 대기 중인 F-35 전투기는 실제 전쟁에 필요한 미사일보다 비용이 적게 들겠지만, 미국이 원치 않을 수도 있는 미래의 분쟁에 대한 미국의 대비 태세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신속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선택지는 매주 줄어들 것"이라며 "(지난해 6월과 마찬가지로) 또 한 번의 짧고 강력한 공격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 입장에서도 빠른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자지라는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란의 인플레이션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실정이 아니라고 짚었다.
방송은 "이란 통계청과 이란 중앙은행이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율은 60%를 넘어섰다"며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무려 105%에 달해 전체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식용유는 207%, 육류 117%, 계란과 유제품 108%, 과일 113%, 빵과 옥수수 142%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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