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함을 거부한 고단수 트랙슈트 연출법에서 스포티한 룩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이번엔 도시의 밤을 유영하는 '꾸안꾸'의 교본이다. 강렬한 블루 컬러의 볼캡으로 시선을 압도하면서도, 팔꿈치의 스트라이프 패치가 돋보이는 세인트제임스 가디건을 매치해 클래식한 위트를 놓치지 않았다.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조합이지만 이주연의 손길이 닿으니 마치 갓 구워낸 바게트처럼 신선하고 담백하다.
뉴욕은 아니지만 느낌은 이미 다저 스타디움
선명한 블루 컬러의 LA 다저스 볼캡은 이 룩의 확실한 이정표다. 캡 아래로 살짝 내려온 단발머리와 귀걸이의 매치는 보이시함과 페미닌함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는 듯하다. 특히 가디건 안에 매치한 블랙 톱은 깊게 파인 네크라인으로 답답함을 덜어냈고, 가슴팍에 툭 걸쳐둔 빨간 안경테는 마치 계산된 소품처럼 룩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팔꿈치에서 발견한 프렌치 시크의 흔적
전신 샷에서 드러나는 실루엣은 더욱 영리하다. 세인트제임스의 아이코닉한 스트라이프가 소매 끝단에 슬쩍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나 패션 좀 알아'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읽힌다. 하의는 화려한 패턴이 가미된 조거 팬츠를 선택해 상의의 정갈함을 중화시켰다. 여기에 투박한 살로몬 스니커즈를 신어 당장이라도 밤거리를 질주할 것 같은 활동성까지 확보했다.
'PW' 캡 하나로 완성한 힙스터의 정석
장소를 옮겨 벽돌 담벼락 앞에 선 그녀는 이번엔 'PW' 로고가 박힌 빈티지한 캡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지퍼를 끝까지 올린 블랙 니트 집업은 미니멀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그 아래로 살짝 삐져나온 화이트 티셔츠의 '레이어드 한 끗'이 룩의 완성도를 높인다. 화려한 조명 없이도 빛나는 건, 아마도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핏과 길이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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