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북미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증명했다. 샌디에이고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우리 기업들이 거둬들인 수출 상담 규모만 무려 1,737억 원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콘텐츠 전시회 ‘키즈스크린 서밋(Kidscreen Summit) 2026’에서 한국공동관 운영을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38개국에서 모여든 1,000여 명의 관계자와 250여 명의 핵심 바이어가 참석해 K-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번 한국공동관에는 로커스, 키즈캐슬, 로이비쥬얼, 더핑크퐁컴퍼니 등 국내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기업 15개사가 참여했다. 나흘간 진행된 비즈니스 미팅은 총 335건으로, 상담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94.2%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 1억 2,193만 달러(한화 약 1,737억 원)를 달성했다.
단순히 상담 횟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콘진원의 사전 비즈매칭 시스템을 통해 실제 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은 바이어들과의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점이 주효했다. 글로벌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줄을 서며 K-애니메이션이 가진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높은 기술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가시적인 계약 소식도 전해졌다. 참가 기업 중 하나인 알리몰리스튜디오는 미국의 저명한 애니메이션 배급사 카빌리온(Kabillion)과 ‘아스트로스테이션(Astrostation)’의 배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상담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면서도, 상담액이 실제 계약으로 최종 확정되기까지의 후속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화려한 상담 실적이 자칫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지화 전략과 저작권 보호 등 세밀한 사후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콘진원은 이번 북미 시장의 성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글로벌 마켓 지원을 전방위로 확대한다. 오는 5월 미국 라이선싱엑스포를 시작으로 6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마켓, 10월 밉컴(MIPCOM) 등 주요 국가의 마켓에서 한국공동관을 지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이도형 콘진원 콘텐츠IP진흥본부장은 “키즈스크린 서밋은 북미 시장 진입의 관문이자 글로벌 공동제작이 논의되는 핵심 무대”라며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유통과 투자 연계 지원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소비 패턴이 숏폼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K-애니메이션이 보여준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출액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탄탄한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한 한국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 아이들의 안방을 차지하는 ‘K-신드롬’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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