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낙조는 늘 발길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바닷바람에 실린 짭조름한 내음이 코끝을 스치면 하루의 소란이 한결 잦아드는 느낌이 든다. 충남 태안 남면과 안면도를 잇는 해상인도교는 그런 풍경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걷는 즐거움을 더하는 곳이다. 정식 명칭보다 ‘꽃게다리’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불리는데, 바다 위를 걷는 산책길 자체가 여행의 기억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태안의 대표적인 해안 명소로 꼽힌다.
꽃게다리 낙조 / cstrike-Shutterstock.com
꽃게다리는 태안 육지 쪽 드르니항과 안면도의 관문인 백사장항을 연결하는 길이 250m의 보행교다. 과거에는 ‘대하랑꽃게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지만, 지금은 다리 양 끝에 설치된 상징적인 조형물 덕분에 꽃게다리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굳었다. 드르니항 쪽 입구에는 커다란 꽃게 조형물이, 백사장항 쪽에는 새우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이 일대가 수산물 산지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들르다’에서 유래했다는 드르니항은 작은 어선이 정박한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라면, 백사장항은 수협 공판장과 수산시장 등을 중심으로 사람과 물건이 오가는 활기가 느껴져 서로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꽃게다리 / 충남관광 홈페이지
다리의 구조 또한 눈길을 끈다. 입구부터 나선형 오르막길 형태로 설계돼 동선이 부드럽고, 계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구간으로 조성되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동반한 방문객도 비교적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발 아래로 바닷물이 출렁이고, 다리 중간 지점에는 조타 핸들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돼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게 한다. 물때에 따라 풍경은 확연히 달라진다. 갯벌이 넓게 드러나는 날에는 서해 특유의 지형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수위가 차오르면 푸른 바다가 시야를 채우며 또 다른 인상을 남긴다.
꽃게다리 / 충남관광 홈페이지
해 질 무렵에는 꽃게다리의 매력이 더욱 또렷해진다. 서쪽 하늘로 기울어가는 빛이 교량의 구조물 사이로 스며들며 바다 위에 길게 번지면, 걷는 내내 시선이 자연스레 노을을 향한다. 해가 완전히 저문 뒤에는 야간 조명이 켜져 낮과는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조명은 시간에 따라 색이 바뀌어 바다 위로 은은한 반영을 남기고, 늦은 시간까지 산책을 즐기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꽃게다리는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드르니항과 백사장항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무방하지만, 비교적 넓은 주차 공간과 수산시장 먹거리를 함께 즐기려면 백사장항 쪽을 거점으로 삼는 편이 편리하다. 다만 바다 위 교량 특성상 바람이 강한 날에는 체감 온도가 낮고 흔들림이 느껴질 수 있으므로, 악천후에는 방문을 자제하거나 보행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인근 수산시장에서 제철 꽃게와 대하 등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며 태안 여행의 마무리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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