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AI가 이해하는 예술의 구조① 감정을 수치화한다는 것에 이어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감정을 수치화하고 예술의 정서적 언어를 데이터로 번역하는 과정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알고리즘은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가. 패턴을 인식하고 구조를 재현하는 능력이 이해와 동일한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가 이해를 반복의 인식과 예측의 정확성으로 정의한다면, 알고리즘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를 의미의 해석과 맥락의 통합, 그리고 가치 판단의 과정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알고리즘은 반복되는 관계를 찾는 데 탁월하다. 수많은 사례 속에서 공통점을 추출하고, 특정 구조가 어떤 반응을 유발하는지 확률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예술 작품 속에서 특정 색채 조합이나 화성 진행, 서사적 전개가 감정적 반응과 연결되는 패턴을 포착하는 일은 알고리즘에게 비교적 자연스러운 작업이다. 이러한 분석은 예술을 구성하는 형식적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드러내며, 감정적 효과가 우연이 아니라 일정한 구조적 조건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해는 단순히 반복을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해는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이며, 맥락과 가치 판단을 포함한다. 인간은 작품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과 연결 짓고, 그 경험을 통해 의미를 형성한다. 이 과정은 계산을 넘어선다.
예술의 감동은 종종 개인의 기억과 얽혀 있다. 같은 미술품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위로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할 수 있다. 알고리즘은 평균적인 반응을 예측할 수는 있어도, 왜 특정 순간에 특정 개인에게 강렬한 감정이 발생하는지를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해는 구조적 분석과 감정적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작품의 형식과 개인의 맥락이 만나는 그 순간, 비로소 의미가 생성된다. AI는 그 교차점의 한 축, 즉 형식과 구조의 분석을 담당할 수 있지만, 개인의 삶과 연결되는 층위까지 대체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의 분석은 예술 이해의 범위를 넓힌다. 인간은 직관적으로 느끼던 감정적 효과를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왜 어떤 화성이 슬픔을 자극하는지, 왜 특정 구도가 안정감을 주는지, 왜 어떤 서사가 공감을 불러오는지에 대한 구조적 통찰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통찰은 예술을 신비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분석과 사유의 대상으로 확장한다. 이해는 완전히 대체되지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보완된다. 알고리즘은 예술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된다.
또한 알고리즘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했던 패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간의 직관은 경험에 기반하지만, 그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알고리즘은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며 미세한 상관관계를 포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예술의 구조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얻고, 기존에 자명하게 여겼던 감정 반응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해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지만, 그 이해에 이르는 경로는 점점 다층화되고 있다.
결국 인간의 감정과 알고리즘의 언어는 대립하기보다 서로 다른 차원의 해석 체계를 형성한다. 알고리즘은 예술의 형식을 분석하고, 인간은 그 형식 속에서 의미를 경험한다. 구조와 경험, 계산과 해석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으며,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에 놓인다. 이 두 영역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은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된다. 감성 인공지능은 예술을 이해하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우리가 예술을 이해하는 방식을 다시 구성하게 만드는 존재에 가깝다. 이해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지만, 이해의 방법은 기술과 함께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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