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평역 전경
대형 상권과 플랫폼 경제의 파도 속에서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부평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은 인천 원도심 경제의 체온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역세권과 맞물려 형성된 부평깡시장과 주변 골목상권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기억과 생계가 얽힌 생활경제의 현장이다.
최근 부평역 일대는 재개발과 상업시설 확장, 온라인 소비 확산이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 구조적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변화의 씨앗은 움트고 있다. 골목은 여전히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곳의 부흥 가능성은 숫자보다 관계에 있다.
유동과 체류, ‘지나는 상권’에서 ‘머무는 상권’으로
부평역은 인천과 서울을 잇는 관문이다. 지하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가 교차하며 하루 평균 유동 인구는 수만 명에 달한다. 문제는 그 많은 발걸음이 골목 안쪽으로 스며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쇼핑몰은 역 출구를 장악했고, 전통시장과 소규모 점포들은 동선의 바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상권 전문가들은 “지나는 상권은 많지만 머무는 상권은 적다”고 진단한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야시장, 거리공연, 청년 창업 점포, 로컬 브랜드 축제 같은 프로그램은 골목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체험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특히 최근 일부 상인회는 디지털 결제 도입, SNS 홍보 강화, 라이브커머스 실험 등을 통해 ‘전통’과 ‘기술’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가 온라인 채널과 결합될 때 골목은 더 넓은 시장과 만날 수 있다.
▲ 부평역 부근 평리단길
플랫폼 시대, 골목의 전략은 무엇인가
온라인 플랫폼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왔다. 그러나 모든 소비가 최저가만을 좇는 것은 아니다. 신선식품, 즉석 조리 음식, 정이 깃든 단골 관계는 여전히 골목상권의 경쟁력이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은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지역 예술인과 연계한 문화 행사 등은 플랫폼이 대체하기 어려운 가치다.
또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한 변수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 임대료 안정화,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공영주차장 확충 등은 골목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반 인프라다.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도심 재생과 골목경제 활성화에 나선 부평구
원도심 재생과 골목경제의 미래
부평역 상권은 단순한 상업 구역이 아니다. 인천 원도심의 역사와 생활이 축적된 공간이다. 재개발과 신축 아파트 단지가 확장되면서 인구 구조는 변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존 상인이 공존하는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10년을 좌우할 것이다.
도시 재생 전문가들은 “골목은 도시의 모세혈관”이라고 말한다. 대기업과 대형 쇼핑몰이 동맥이라면, 골목은 생활경제를 순환시키는 혈관이다. 한 곳이 막히면 전체 체온이 떨어진다.
부평역 전통시장의 부흥은 단순히 매출 증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의 복원이며, 소상공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유동 인구 10만의 도시에서 골목이 사라진다면, 도시는 껍데기만 남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체’가 아니라 ‘연결’이다. 플랫폼과 골목, 청년과 상인, 전통과 기술을 잇는 전략. 부평역 골목의 불빛이 다시 밝아질 때, 원도심의 미래도 함께 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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