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리움미술관은 3월 3일부터 6월 28일까지 현대미술가 '티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25년간 비물질적 실천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형식과 제도에 질문을 던져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는 M2 전시장과 로비, 정원 등 미술관 전반을 무대로 펼쳐진다.
세갈은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물질 생산과 오브제 중심의 전통적 예술 형식에 도전해왔다. 그는 인간의 신체,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만으로 이루어진 작업을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라 명명한다. 작품은 ‘해석자(Interpreters)’에 의해 실현된다. 관객은 단순히 감상하는 위치에 머물지 않고 직접 대화하고 움직이며 상황의 일부로 참여한다. 이때 작품은 일회적 퍼포먼스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맥락 안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으로 지속된다.
작가의 원칙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는 도록과 월텍스트, 홍보용 이미지가 제공되지 않으며 전시장 내 사진·영상 촬영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장에서의 경험과 기억만이 작품의 매개이자 기록으로 남는다. 끊임없이 이미지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동시대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세갈은 복제 가능한 기록 대신 직접 체험하는 현재성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리움의 건축적 공간 및 소장품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구성됐다. 장 누벨이 설계한 현대미술 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구성된 상황'은 관객이 공간을 ‘보는’ 차원을 넘어 그 안에서 움직이고 머무르며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전시장과 로비, 정원에 이르기까지 총 8점이 소개되며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작업 3점은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리움 소장품과의 병치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축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이 놓인 공간에서는 세갈의 대표작 ⟨Kiss⟩(2002)가 선보인다. 고전적 청동 조각과 살아 있는 신체가 나란히 놓이면서 조각의 물질성과 인간 존재의 순간성이 대비된다. 또한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비즈 커튼은 관객의 동선을 통과의 경험으로 전환시키며 해석자와의 조우를 유도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M2 1층에서는 초기작
이번 전시는 미술관을 사물을 보존하는 공간에서 관계와 경험이 생성되는 장소로 확장하는 시도로 읽힌다. 관객은 전시장 안에서 작품을 ‘소유’하는 대신 잠시 마주하고 기억하는 행위를 통해 예술의 또 다른 지속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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