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뮤지션 새소년
EP <여름깃>
<여름깃> 작곡을 처음 시작한 중학생 무렵부터 스무 살까지의 기록을 담은 모음집 같은 앨범으로, 원래 ‘스무여름깃’이라는 가제를 달고 있었다. ‘여름깃’은 계절이 바뀔 때 헌 털이 빠지고 새 깃털이 자라나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제 막 날기 시작하는 새처럼, 당시 내가 겪던 흔들림의 감정과 세상을 보는 생경한 감각이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작업했다기보다는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앨범에 대한 평가 이전에 담아내고 싶은 것을 후회 없이 기록하는 일이 당시의 내게는 더 중요했다. 요즘도 관객의 반응을 추측하기에 앞서 내 감정을 음악 안에 가감 없이 담아내자고 다짐하곤 한다.
다시 바라보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래된 사진첩을 열어볼 때 그 순간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질 때도 있지만, 가끔은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다만 그 시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느낀 것을 그대로 세상에 내놓았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더 늦어졌다면 그때의 내 모습 같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변하지 않은 것 의외로 보컬 녹음이다. 당시에 노래 부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녹음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더 많은 테이크가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지 내가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찾기 위해 스스로와 오래 싸웠다. 모두가 “이만하면 좋다”고 했지만 밤을 새워가며 혼자 녹음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보다 훨씬 편안하게 노래하고 녹음할 수 있게 된 지금도, 내가 추구하던 완벽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여전히 마음에 새기며 나태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