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8대 1 의견…"지역·중소방송사 지원 대체할 수단 없어"
"지상파 매출 감소…과거보다 실효성 떨어져 입법적 고민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빛나 기자 = 지상파 방송사가 지역·중소 방송사 광고까지 묶어 판매해 수익을 나누는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영화기획사 대표 이모 씨가 낸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랩법) 제20조 제1항, 제2항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기각했다.
해당 조항은 '지상파 광고를 대행하는 광고판매대행자는 지역 및 중소 방송사 광고를 다른 지상파 방송 광고와 결합하여 판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청구인 이씨는 해당 조항이 걸림돌이 돼 원하는 지상파방송광고 구매 계약을 단념한 뒤 계약 및 영업의 자유, 재산·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이 광고주의 계약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지역·중소 방송사 광고를 구매하고 싶지 않은 광고주는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광고는 물론 온라인광고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선택할 수도 있어 결합판매로 인해 광고주의 계약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송광고 결합판매 외에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지역·중소 방송사를 지원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헌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어 지역·중소 방송사를 지원하기에는 제한적이며 관련 규정을 개정해 추가 지원하더라도 결합판매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중소 방송사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신설하려면 기금의 출연 주체와 규모, 용도 등 기본적인 사항이 정해져야 하는데 기금이 과연 신설될 수 있을 것인지, 신설된다면 어떠한 형태의 기금이 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섣불리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도 수많은 방송사업자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하나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의 결합판매제도가 도입됐다는 사정에 비춰 보면 막연히 새로운 기금을 신설해 지원하는 게 결합판매를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판 대상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광고주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다.
다만 해당 제도로 지상파 광고 매출액이 지속해 감소함에 따라 과거에 비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 점은 인정했다.
헌재는 "지역·중소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의 발전과 변화된 광고시장 상황에 맞춰 심판 대상 조항에 대한 입법적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일하게 위헌 의견을 낸 김형두 재판관은 "광고매체는 상호 완전한 대체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상당수 광고주에겐 주요 지상파 방송 광고가 아니면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이들에게 결합판매는 사실상 강제된 추가구매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합판매제도는 시장경쟁을 통해 창의적이고 차별화한 지역 콘텐츠를 발전시킬 동기를 약화해 장기적으로는 지역·중소 방송사의 경쟁력 제고와 자립 기반 확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부연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MBC 측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결합판매의 부담을 안은 지상파 방송사로서 아쉬운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헌재가 합헌 결정을 하더라도 결합판매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국회, 방미통위 등과 소통해 향후 제도 개선 과정에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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