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제안했지만 입장 바꿔…'자리 보전' vs '졸속 법안' 책임 공방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대구·경북 의원들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됐던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에 대한 찬성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했다.
가장 먼저 통합을 제안하고도 3개 통합 광역단체 중 나 홀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에 대한 '발목 잡기'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2024년 11월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대전·충남 시도의장이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추진돼 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지난해 9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정치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해 계류 중인 상황에서 같은 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며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4년간 최대 20조원'이라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는 여당발 행정통합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항구적인 재정 지원 방안 없는 통합법은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에 더욱 종속시키는 것일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발의 법안을 '누더기', '맹탕' 법안이라고 비난하는 등 정부와 여당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연일 대여(對與) 공세를 이어갔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고, 거부할 시 법외 주민투표도 가능하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주도 법안이 결국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되자 급기야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이미 '찬성' 안건으로 가결했던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 청취의 건'을 '반대' 의견으로 재의결하는 등 스스로 내린 결정을 뒤집으면서까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이 같은 반대에 결국 대전·충남 통합이 보류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 시도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도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도 전남·광주와 대구·경북에 '통합에 따른 특례'를 빼앗겼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20조 지원, 공공기관 이전보다 '자리 보전'이 우선인가"라면서 "다른 시도는 행정통합을 '기회'라고 읽는데, 왜 유독 대전·충남만 졸속이라고 폄훼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의로 통합의 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라며 "시도민의 미래를 자신들의 '각자도생'을 위한 제물로 삼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조차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우리 당이 앞장서서 통합 법안을 내놓고, 지금은 100을 요구하는데 100을 다 주지 않는다고 발로 차겠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발로 차면 0이 된다. 70∼80이라도 주는 걸 안 받는 게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 시도지사는 고도의 자치권과 재정권 이양이 빠진 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민주당 주도의 통합법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3개월여 남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용으로 졸속 통합을 추진해 무산을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 시민·노동·교육단체를 중심으로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큰 데다, 충남과 달리 대전에서는 통합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더 높은 상황도 부담이다.
시가 자체적으로 지난 20∼22일 시내 거주 성인 2천1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 의견이 41.5%로 찬성(33.7%)보다 7% 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1일까지 상정되지 않으면 행정통합법안이 처리되기 어려워 사실상 대전·충남 통합은 무산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여야 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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