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국내 증시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신호가 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34만전자·170만닉스”라는 상징적인 숫자까지 거론되며 추가 상승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 오전 장중 코스피는 6200선을 넘어서는 등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날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단숨에 레벨을 끌어올린 것이다. 지수 상승의 중심에는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두 종목은 나란히 장 초반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21만원 후반대까지 치솟았고, SK하이닉스 역시 100만원 중반선을 터치하며 강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만 해도 각각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니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본격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 호실적에 반도체주 ‘동반 급등’
도화선은 엔비디아 실적이었다. 엔비디아는 최근 발표한 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컴퓨팅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곧바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협상력이 생산업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D램과 낸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34만원, 170만원으로 제시하며 가장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AI 서비스 확산이 구조적인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공급 측면에서도 제한적인 증설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다른 사이클”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도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30만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했고, SK하이닉스 역시 14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HBM4 경쟁력 회복,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 서버용 D램 믹스 개선 등이 중장기 실적 레벨을 끌어올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들 종목의 강세는 지수 상단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 상단을 7000~8000선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경우 국내 증시 전체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AI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둔화되거나,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흔들릴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AI가 만드는 새로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맞춰져 있다.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34만전자와 170만닉스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특히 AI라는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선 한국 반도체주가 다시 한 번 증시의 무게중심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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