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의 질주, 그 뒤에 선 사모펀드 자본의 그림자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저가 커피의 질주, 그 뒤에 선 사모펀드 자본의 그림자

월간기후변화 2026-02-26 08:15:00 신고

대한민국 거리마다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간판이 번쩍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1,500원에서 2,000원대. 출근길과 퇴근길, 대학가와 산업단지까지 저가 커피는 이제 생활 인프라에 가깝다. 그러나 이 ‘가성비 전성시대’의 심장부에는 거대한 금융 자본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는 종이컵 뒤에는 사모펀드라는 이름의 자본 논리가 흐르고 있다.

 

▲ 대표 브랜드가 한꺼번에 위치해 있는 저가 브랜드    

 

대표적인 사례가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매머드커피 등 주요 저가 커피 브랜드다. 이들 상당수는 이미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사모펀드는 공개 시장이 아닌 소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기업을 사들이고,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이른바 ‘엑시트’가 목표다.

 

저가 커피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는 이 자본의 속도전이 작용했다. 메가커피는 최근 매장 수 4,500개를 넘겼고, 컴포즈커피 역시 3,500개를 돌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단기간에 급증했다. 실제로 메가커피를 인수했던 프리미어파트너스는 3년 만에 투자금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익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엑시트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자본 시장의 교과서적 성공 사례다.

 

문제는 그 성장의 비용이 어디에 남았느냐다.

 

가장 먼저 나타난 현상은 과도한 출점 경쟁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기업 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매장 수 확대다. 매장이 늘면 가맹비, 물류 마진, 로열티 수익이 함께 증가한다. 창업 비용은 가맹점주가 부담한다. 본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외형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매장 수 증가는 곧 점주 간 경쟁을 의미한다. 동일 상권 내 점포가 촘촘히 들어서며 매출은 분산된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에서는 가맹점 명의 변경 비율이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 브랜드의 간판을 믿고 창업했지만 기대 수익에 못 미쳐 매장을 내놓는 사례가 늘었다는 신호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체감 수익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배당 정책 역시 논란의 중심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은 단기간 배당 성향을 크게 높이는 경우가 많다. 메가커피는 인수 이후 한때 순이익의 100%에 가까운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이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나 점주 지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 상장사 평균 배당 성향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

 

사모펀드는 일정 시점이 되면 떠난다. 그러나 가맹점주는 남는다. 본사를 믿고 계약을 맺고, 수년간 점포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단기 수익을 우선하는 구조와 장기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현장의 간극은 점점 벌어진다.

 

저가 커피 모델 자체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방리다매’ 전략은 가격 인상 여지가 거의 없다.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고, 브랜드 간 차별성도 크지 않다. 결국 본사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이 디저트 확대다.

 

최근 저가 커피 매장에서는 아이스크림, 베이커리, 스낵류까지 메뉴가 확장됐다.

 

디저트는 커피보다 마진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운영 부담이다. 일부 메뉴는 매장에서 직접 조리해야 하며, 이는 추가 인건비와 노동 강도를 의미한다. 본사 입장에서는 매출 단가 상승이지만, 점주에게는 또 다른 고정비 부담이 된다.

 

마케팅 비용 전가 논란도 있었다. 유명 모델을 기용한 대규모 광고 캠페인 과정에서 비용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으로 인식됐다.

 

이처럼 저가 커피 시장은 외형 성장과 내부 긴장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드러낸다. 자본은 속도를 원하고, 현장은 안정성을 원한다. 숫자는 상승 곡선을 그리지만, 체감 수익은 정체되거나 하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주도의 성장 모델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매장 수는 이미 포화에 가까워졌고, 소비자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 남은 선택지는 비용 절감과 추가 상품 확대인데, 이는 결국 현장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법은 상생 구조에 있다. 가맹점주를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고, 장기 투자 계획을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과 확장 속도를 조절하고, 교육·물류·운영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저가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 구조와 계약 관계, 수익 배분의 문제를 담고 있다. 컵 속 커피는 여전히 달콤할지 몰라도, 그 이면의 구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성장의 숫자가 아니라, 그 성장이 누구의 몫으로 남는지 묻는 시점이다.

 

저가 커피의 전성시대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질주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본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모펀드의 엑시트 이후에도 브랜드와 점주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 그것이 한국 저가 커피 산업의 진짜 시험대가 되고 있다.

Copyright ⓒ 월간기후변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