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신뢰를 잇는 가장 짧은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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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신뢰를 잇는 가장 짧은 언어

경기일보 2026-02-25 19:19: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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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공채를 마친 한 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잠시의 침묵 끝에 나온 말은 “죄송합니다”였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보다 도와준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던 것이다. 위로와 격려를 건네자 그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그의 미안함은 과오가 아닌 배려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처지보다 상대를 먼저 헤아리는 사과는 관계를 성장시키고 자신도 새 걸음을 내딛게 한다.

 

사과는 스포츠맨십의 척도이기도 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천m 계주 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은 충돌 사고로 탈락했다. 경기 중 커린 스토더드 선수가 넘어지며 김길리 선수와 부딪쳤고 직후 미국 측의 ‘빙질 문제’ 해명은 적지 않은 반발을 낳았다. 도를 넘는 비난은 경계해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느낀 불편함 또한 외면할 수 없다. 해명이 사과보다 앞설 때 책임은 흐려지고 상처는 깊어진다. 다음 날 전해진 사과가 소란을 잠재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설명이 아닌 마음이다.

 

경기 직후 김길리 선수는 눈물을 흘렸다. 자책과 부담이 뒤섞여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 눈물은 팀과 국민을 향한 선수로서의 책임이 담긴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사과는 잘잘못의 모양이나 크기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과는 종종 가볍게 소비된다. SNS 광고의 문구가 되고, 일상에서 형식적인 인사로 흩어진다. 장황한 변명과 계산된 표현은 신뢰를 갉아먹는다.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이 헤아림보다 앞설 때 관계는 쉽게 금이 간다.

 

사과는 체면을 지키기 위한 수사도, 설득의 기술도 아니다. 상황의 무게를 인정하고 상대를 보듬겠다는 약속이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즉각적인 사과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 한마디가 갈등의 확산을 막고 균열을 봉합한다.

 

결국 ‘죄송합니다’라는 다섯 글자는 짧지만 깊은 언어다. 무거운 마음을 딛고 진심을 담아 입을 뗄 때 상처는 줄고 신뢰는 쌓인다. 회복과 연결, 전진은 그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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