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8년, 사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을 지닌 한 주얼러가 등장했다. 파리 방돔광장에 첫 부티크를 열며 하이 주얼리 세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프레데릭 부쉐론(Frédéric Boucheron)이다. 그는 전통을 답습하던 당대 주얼리 시장의 흐름에 안주하지 않고 독보적 시각으로 부쉐론(Boucheron)만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런 창조적 태도는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으로 이어져 168년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빛나고 있다. 올해 클레어 슈완은 새로운 이스뚜아 드 스틸(Histoire de Style) 컬렉션을 통해 프레데릭 부쉐론이 남긴 초상을 그려낸다. 아카이브 피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26 이스뚜아 드 스틸 ‘프레데릭 부쉐론(Nom : Boucheron Prénom : Frédéric)’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이며 브랜드 유산이 새로운 시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THE ADDRESS' 네크리스의 영감이 된 1939년 다이아몬드 네크리스.
2026 이스뚜아 드 스틸 컬렉션 'THE ADDRESS'.
19세기 말, 파리의 하이 주얼리와 쿠튀르 하우스들은 주로 뤼 드 라 페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방돔광장은 장엄한 건축미를 지녔지만, 비교적 조용한 주거 지역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곳의 잠재력을 알아본 이가 바로 프레데릭 부쉐론이다. 파리지앵의 주요 동선에 있으면서 상징적 위엄을 갖춘 방돔광장은 그가 꿈꿨던 배경에 들어맞았다. 그는 방돔광장에서도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26번지에 부티크를 열고 쇼윈도에 전시된 보석들이 한층 더 반짝이도록 공간을 영민하게 활용하기까지 했다.
클레어 슈완은 방돔광장의 팔각형 구조에서 영감받은 아카이브 네크리스를 화이트골드와 다이아몬드에 블랙 래커를 더해 재구성했다. 에메랄드 컷의 모티프가 반복되는 미장 아빔 구조를 중심으로 10.01캐럿 다이아몬드를 가운데에 세팅했다. 바게트 컷 · 라운드 컷 ·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는 건축적인 레이어드를 통해 각기 최적의 빛을 포착하도록 배치됐다. 블랙 래커로 둘러싸인 관절 구조는 하나의 조각처럼 목선을 따라 유연하게 흐른다. 중앙 모티프를 분리하면 링으로도 연출할 수 있게 설계됐다.
프레데릭 부쉐론은 당대 여성들이 코르셋과 경직된 의복, 묵직한 주얼리로 인해 움직임이 불편한 데 주목했다. 이런 불편한 옷차림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몸에 맞는 혁신적인 주얼리를 만들었다. 착용자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최초의 잠금장치 없는 네크리스 탄생의 시작이었다. 히든 스프링 블레이드 구조를 통해 유연하고 부드러운 착용감을 구현한 비대칭 형태의 네크리스로, 이름은 ‘퀘스천 마크’.
클레어 슈완은 다양한 커팅 다이아몬드 스톤을 나란히 배치해 이 네크리스를 새로운 감각으로 완성했다. 0.81캐럿 마르퀴즈 컷 다이아몬드를 시작으로 1.71캐럿 아셔 컷, 1.75캐럿 오벌 컷, 2.09캐럿 헥사고널 컷, 2.02캐럿 페어 컷, 3.07캐럿 에메랄드 컷, 2.96캐럿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마지막으로 바게트 컷 헤일로로 둘러싸인 5.01캐럿 카이트 컷 다이아몬드를 정점으로 완성됐으며, 각 스톤은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로 이어져 있다.
직물 상인의 아들이었던 프레데릭 부쉐론은 어릴 적부터 패브릭의 질감과 유연성, 드레이프 등 쿠튀르적 감각과 지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했고, 이는 그의 주얼리 창작에 반영됐다. 그가 만든 주얼리는 단순하게 보여도 여러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유연한 디자인으로 가득했다. 의복과 주얼리의 교차점에 있는 듯한 독창적 방식의 작품이 자주 등장했으며, 이는 주얼리의 역할과 착용 방식을 확장한 계기가 됐다.
클레어 슈완은 이런 유산을 계승해 여섯 가지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 피스는 장인들이 칼라 내부에 숨겨놓은 잠금장치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탈착하거나 변형 가능하며, 숄더 장식이 이어진 초커, 두 개의 숄더 브로치, 앞뒤로 길게 드리워진 더블 드롭 소투아르 네크리스, 두 개의 네크리스, 그래픽적 초커 그리고 손목을 장식하는 한 쌍의 브레이슬릿으로 연출 가능하다.
2026 이스뚜아 드 스틸 컬렉션 'THE UNTAMED'.
1879년, 아이비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퀘스천 마크 네크리스.
자연을 사랑한 프레데릭 부쉐론은 소박한 동식물을 관찰하는 데 깊은 애정을 가졌다. 그는 자연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주얼리로 구현하고자 했다. 특히 길들여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아이비에 매료됐다. 다른 주얼러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덩굴식물이지만, 프레데릭에게는 유연하고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였다. 이는 부쉐론의 비전과도 맞닿아 있었다.
클레어 슈완은 아이브 모티프를 적용한 퀘스천 마크 네크리스를 새롭게 재현했다. 상징적인 길이와 실루엣을 구현하기 위해 원본 스케치를 충실히 따르되, 현대적 착용 방식에 맞게 발전시켰다. 록 크리스털로 표현한 작은 열매와 하나하나 정교하게 만든 잎사귀, 생동감을 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떨리는 움직임까지 구현했다. 여기서 자연주의적 사실성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이비 가지를 이루는 여러 요소는 분리 가능해 원하는 길이로 조절할 수 있으며, 떼어낸 일부 요소는 브로치와 헤어 주얼리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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