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경현 기자] 제네시스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핵심 차종인 G80, GV70, GV80의 연식 변경을 진행하며 실 구매가 올리기에 나섰다. 겉으로는 상품성 강화와 합리적인 가격 조정을 내세웠지만, 옵션 구성을 변경해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판매량을 이끄는 대형 세단 G80은 이번 연식변경을 거치며 2.5 가솔린 터보 기준 기본 가격이 5978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직전 연식보다 88만원 오른 금액으로,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를 전 등급에 기본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나오는 대목은 선택 사양 구성이다. 제네시스는 기존 ‘파퓰러 패키지 1·2’를 423만원짜리 단일로 통합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패키지의 핵심 요소였던 ‘컨비니언스 패키지(고스트 도어 클로징 포함)’를 분리했다는 점이다.
파퓰러 패키지는 사양을 낱개로 추가할 때보다 가격 혜택이 커 소비자 선택률이 높다. 하지만 개편된 구조에서는 고급 세단의 덕목인 '고스트 도어'를 넣기 위해, 파퓰러 패키지를 고르고도 128만원짜리 컨비니언스 패키지를 따로 추가해야 한다. 할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묶음 상품을 선택해도 실질적인 지출은 늘어나는 셈이다. 아울러 기존에 기본 사양이던 항균 패키지도 선택 사양으로 변경됐다.
이러한 기조는 중형 SUV GV70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2026년형 GV70(2.5 가솔린 터보 2륜구동 기준) 시작 가격은 5318만원으로, 직전 부분변경 모델(5380만원)보다 62만원 낮아졌다. 차체 밑 흡음재 등을 추가해 정숙성을 높이고도 기본 찻값은 내렸다.
그러나 핵심 묶음 상품인 ‘파퓰러 패키지 II’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존 구성에 소비자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빌트인 캠(내장형 블랙박스)’ 패키지가 추가된 것이다. 이에, 단품 선택 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 파퓰러 패키지를 고르는 소비자들은 원치 않는 빌트인 캠 비용까지 치러야 한다. 물론 개별 선택도 가능하지만, 패키지 할인을 포기할 경우 가격이 급등해 사실상 패키지 선택이 강제되는 구조다.
아울러 스포츠 패키지에 기본으로 들어가던 주행 보조 사양인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는 아예 별도 선택 사양으로 분리됐다.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추구하는 운전자들은 결국 깎아준 찻값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 아울러, 기존에 있던 앞좌석 수납함 자외선 살균 기능 역시 삭제됐다.
이어 플래그십 SUV인 GV80 역시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 2026년형 GV80은 쿠페 모델에만 적용하던 외장 색상을 더하고 실내 조명 밝기를 개선했으며, 기본 가격은 직전 연식보다 50만원 내린 6895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GV80도 GV70과 동일하게 파퓰러 패키지에 빌트인 캠 패키지를 결합했다. 패키지 할인에 묶여 소비자 선택권은 제한되고 전체 구매 가격은 끌어올려진 것이다. 최상위 모델인 ‘GV80 블랙’은 아예 빌트인 캠을 기본 사양으로 포함해 소비자의 선택 여지조차 없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된 고객들의 옵션 선택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사양들을 중심으로 패키지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했다”며 “기본 트림의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리면서도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고객 혜택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조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우며 몸집 불리기에 나선 수입차 업계의 행보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당장 볼보자동차는 내달 1일부터 전기 SUV EX30과 EX30 크로스컨트리의 판매 가격을 최대 761만원 인하한다. 서울시 기준 전기차 보조금(321만원)을 받으면 EX30 코어 트림과 울트라 트림의 실구매가는 각각 3670만원, 4158만원까지 내려간다.
테슬라 역시 일제히 가격을 내리며 공세에 나섰다. 모델3 퍼포먼스를 기존 6939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940만원 파격 인하했다. 신형 모델3 후륜구동(RWD) 가격은 4199만원으로 책정했으며, 중형 SUV 모델Y 가격도 약 300만원씩 낮췄다.
이는 비단 대중 브랜드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독일의 대표 고급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도 판매량을 견인하는 핵심 차종인 E클래스를 평균 13%가량 깎아주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들이 앞다퉈 가격 장벽을 낮추며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상황에서, 옵션 구성을 교묘하게 변경해 실구매가를 올리는 것은 브랜드 신뢰도 저하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며 “이는 결국 충성 고객의 이탈을 자초할 수 있는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에 걸맞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패키징 전략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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